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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년의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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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상사 복잡할 땐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자. 거기에선 인간과 신이 속삭이고, 과학과 종교, 철학과 기계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 같다.
파이어니어10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영원한 자주 개척자의 항로를 시작한 것은 한국시간으로 1983년 6월13일 밤9시. 실로 「콜룸부스」의 신대륙 발견에 견줄 역사적 순간이었다고NASA의 과학자들은 말한다.
파이어니어10호가 지구에서 발사된 것은 1972년 3월, 지금까지 11년동안 이 무인우주선은56억km를 날았다. 당초 발사목적은 목성탐험이었다.
발사후 1년반만에 목성에 접근해 대기상태, 위성자장·방사선대등을 관측하고 그 자료를 지구로 송신했다.
짐작으론 약9만8천9백회의 명령을 수신했고 1천2백60억비트(컴퓨터정보량의 최소단위)의과학자료를 보냈다.
약1주일동안의 목성탕험을 끝낸 파이어니어10호는 그후 토성, 천왕성, 명왕성을 지나 드디어 해왕성 밖으로 나갔다. 태양계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별은 명왕성이지만 이 별은 태양 중심에 접근하는 궤도를 돌기 때문에 지금은 해왕성이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이상태는 앞으로 17년동안 지속될 예정이다.
참고로 태양계 혹성 아홉별의 공전주기를 보면 지구가 3백65일인데 비해 수성 88일, 금성 2백25일, 화성 6백87일, 목성 11·9년, 토성 29·4년, 천왕성 83·6년, 해왕성 1백64·5년, 명왕성 2백46·2년이다.
파이어니어10호의 수명은 앞으로 11년 밖에 안남았다. 원자력발전기의 발전능력이 그때면끊어진다. 그러나 신호를 보내오는 능력이 멈출뿐 항진은 계속한다. 어느 과학자는 이 자주선 자체가 소위되려면 50억년을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50억년 후라면 지구가 태양에 흡수되는 시간이라니 그 때쯤 인간은 어느 별로 이주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목숨이 다하는 11년동안 파이어니어10호는 할일이 많다. 제일 궁금한 것이 태양계에 10번째의 혹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 소혹성(asterold)의 존재는 몇개 확인된 것이 있다. 태양계내의 세레스성과 팔라스성이다. 거기다 불규칙한 궤도를 가진 토로성과 이카루스성도 있다.
그러나 이 별들은 행성으로 치기에는 너무나 미약한 존재. 파이어니어10호는 계속 10번째의 별을 찾기 위해 중력실험을 할 것이라고 NASA의 과학자들은 말한다.
파이어니어10호가 열번째 태양가족을 찾지 못할 경우 제일 처음 만나는 별은 바나드성. 앞으로 1만5백7년후라고 한다. 「50억년」은 물론이려니와 「1만년후」란 숫자도 좀처런 짐작이 안되는 시간이다. 이것이 바로 「영원」일까. 그래서 별을 쳐다보면 인간사의 아옹다툼이 우습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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