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모독죄」 "무죄" 원심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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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 유태전 대법원장)는 14일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모독죄가 적용됐던 한국기독교 청년협의회 (EYC) 상임총무 김철기 피고인(27· 인천시 산각동 137)에 대한 국가모독죄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형사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김 피고인은 지난해7월23일 하오4시쯤 서울 연지동 EYC사무실에서 일본공동통신기자등 10명의 외신기자들을 초청, 「컨트롤데이터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유인물 3백장을 나누어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었다.
김 피고인은 유인물에서 『다국적 기업에 대한 비난, 미국정부에 대한 경고 및 정부가 컨트롤데이터 사태의 폭력에 대해 수수방관 내지 동조 지원하고 있고 근로자와 국민에게는 강제를 동원하면서 1개 다국적 기업자에게는 나약한 태도를 취하며 외세에 의존하고있다』 는등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을 싣고 현정부의 퇴진을 요구했었다.
항소심인 서울형사지법항소3부 (재판장 신주량 부장판사)는 지난2월 『국가모독죄가 성립하려면 내국인이 외국인을 이용하는 행위와 이용당한 외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및 그 헌법기관을 비방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한다』고 밝히고 『김 피고인이 유인물을 외국인에게 배포한 사실만 인정될뿐 유인물을 배부받은 외국인이 이에 이용돼 국외에서 대한민국정부를 비방하여 국가의 안전이익이나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그러나 이에앞선 1심재판부는 지난해10월 피고인 스스로 현정부가 외세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방하면서 국내문제에 관해 외국기자들을 불러 정부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징역1년6월을 선고했었다.
김 피고인은 77년5월 연세대 철학과 2학년 재학중 유인물을 살포했다가 제적된 뒤 기독교감리회 청년회전국연합회장을 거쳐 82년2월부터 이 EYC상임총무로 근무해왔다.
대법원은 선고당시 판결이유에 대해 아무런 언급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형사지법합의부에 환송한다』고 주문만 낭독했다.
국가모독죄는 75년3월당시 여당인 공화당이 단독소집한 제91회 임시국회에서 전격적으로 처리돼 형법제104조의1에 신설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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