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롯데관광에 100억 지원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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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관광은 8일 "북측이 지난달 13일 팩스를 보내 개성관광 논의를 위해 만나자고 제의했고, 현대아산과는 더 이상 개성관광 문제를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혀왔다"며 "북측이 국제 비즈니스 규범을 따른다면 개성관광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관광은 북한 열차 관광을 위해 한국철도공사와 합작 투자한 'KTX 관광레저'라는 자회사를 통해 지난 3월 대북 접촉 승인을 받고, 북측과 이 사업에 대해 협의해 왔다.

9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북측은 개성관광 사업을 롯데관광에 독점으로 주겠다고 제의하고 이 대가로 1000만 달러 상당의 비료.피치 지원을 요구해 롯데관광이 이를 검토 중이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북측에 줄 1인당 관광 대가도 북측이 현대에 제시했던 금액과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개성관광 등과 관련, 북이 최근 보인 '현대 따돌리기'의 주된 이유가 겉으로 내세우는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퇴진 문제보다 남한 기업으로부터의 지원 확보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대북 사업 관계자는 "현대는 개성 관광을 포함한 7대 대북 사업 대가로 북측에 5억 달러를 줬다"며 "북측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체제에선 옛날 같은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 보고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롯데관광 측은 15일 방북, 개성관광 사업의 조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합의서 작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 측은 "개성관광은 2000년 북측과 맺은 7대 사업 독점 계약에 명시돼 있는 사업"이라며 반발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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