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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달아 오르는 지방선거] 4인 1조 요원이 '007 감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달 24일 낮 12시 경북 군위군 효령면 농협 하나로마트 주차장.

쉬는 토요일이지만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 윤재현(43) 선거조사관은 동료 직원 1명과 함께 주차장 귀퉁이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와 망원경을 점검했다. 이날 오후 1시로 예정된 효령청년회 단합대회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사전 선거운동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군위군 선관위 직원 두 사람도 출동했다. 네 사람 중 둘은 차 안에, 나머지 둘은 금품이 오갈 수 있는 마트 주변에 배치됐다. 행사 시작 전 감시단이 도착하는 것은 철칙이다. 그래야만 행사 전에 이뤄지는 찬조나 기부행위를 지켜볼 수 있고 상대도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년회원은 이날 40여 명이 참가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이 지역 도의원 한 사람과 군의원 두 명이 나타났다.

주변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군의원 1명이 갑자기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윤 조사관은 마트 주변에 배치된 직원에게 휴대전화로 "따라붙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는 자신도 뒤편 마트 출입구로 들어갔다. 한 사람으론 입후보 예정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칠지도 몰라서다. 그러나 군의원은 인사만 건네고 음료수 등 물품을 사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 3시간 뒤 특이사항이 없음을 확인한 윤 조사관은 철수 명령을 내렸다.

도 선관위는 시.군 선관위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출동해 공조를 펼친다. 조사요원은 불시 출동에 대비해 차량엔 옷과 세면도구까지 들어 있다. 도 선관위는 올 들어 도지사와 시장.군수 '입후보 예정자 관리 카드'를 만들어 상시 관리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낱낱이 기록된다.

대구시 선관위는 요즘 불법 제보를 전담할 '비밀요원'을 양성하고 있다. 확보 목표는 읍.면.동별로 1명 이상. 시 선관위는 앞으로 이들을 출마자의 선거캠프까지 침투시킬 예정이다. 이들 중엔 선거캠프에서 이미 활동한 사람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입후보 예정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송의호.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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