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치·의] 고개 숙인 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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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성은 신경과 혈관이 조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엇박자가 나오면 이내 불협화음을 연출합니다. 신경은 자율신경을 말합니다. 발기는 인체가 편안할 때 작동하는 부교감 신경이, 사정은 인체가 비상시 작동하는 교감 신경이 지휘합니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하지요.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의지력을 동원해 잘 하려고 애쓸수록 결과는 참담해지기 때문입니다. 잘 하려고 애쓰면 스트레스 때문에 먼저 교감신경이 흥분합니다. 이렇게 되면 발기는 안 되고 사정은 빨라집니다. 왕성한 성력은 강한 부교감 신경에서 비롯되지요. 부교감 신경은 자주 느긋하고 편안해짐을 경험할수록 발달합니다. 성기능 향상을 위해서도 평소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신경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혈관입니다. 부교감 신경이 아무리 강력하게 발기를 명령해도 혈관이 부실해 팽창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과 동맥경화, 흡연과 과도한 음주가 음경 혈관을 파괴시키는 주범이지요. 기름지고 단 음식을 줄이며 담배를 끊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늘 듣던 말입니다. 성기능 장애는 단순히 음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란 뜻이지요. 성은 인체의 전반적 건강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만일 갑자기 성기능 장애가 찾아온다면 자신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성기능은 용불용설(用不用說)의 원리를 따릅니다. 쓰면 쓸수록 발달한다는 뜻이지요. 중년 이후 한달만 성생활을 중단해도 성기능이 위축됩니다. 성기능 장애가 섹스리스를 가져온다기보다 섹스리스가 성기능 장애를 초래한다고 봐야 옳습니다. 따라서 성기능 장애가 나타날 때 비아그라.레비트라.시알리스 등 약물 사용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초기부터 적극적인 약물 복용으로 성적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개 심각한 질병이 내재된 경우가 아니라면 약을 중단하고도 원래 성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이들 발기부전 치료제에서 중독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루의 경우 졸로푸트 등 우울증 치료제가 도움을 줍니다. 물론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합니다. 어느 경우든 중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부교감 신경의 가장 강력한 촉발인자가 바로 심리적 자신감이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은 상대방에게 보여주려 애쓰기보다 즐기려는 태도를 지닐 때 배가됩니다.

골반체조도 알아두면 요긴합니다. 골반체조가 성기능 향상에 좋다는 일부 보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배는 뒤로 넣고 엉덩이는 앞으로 밀어낸 자세에서 고환이 끌려올라간다는 느낌으로 요도 괄약근을 수축합니다. 소변을 보는 중간에 참는 행위를 반복한다고 보시면 알기 쉽습니다. 앞으로 길이 밀릴 땐 짜증내지 마시고 자동차 안에서 느긋하게 골반체조를 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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