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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새지도(13)오너의 개성|창업주 개성따라 기업체질에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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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의 기업그룹들이 최근들어 몇년사이에 엄청나게 커지고 또 현대식조직을 갖추기 시작했지만 그속은 아직 가업경영적요소가 강하다. 대부분의 기업그룹이 당대에 이룩됐기 때문에 창업1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들은 숱한 역경과 고초를 딛고 기업을 일으켰고 수 많은 격변을 헤쳐 나왔기 때문에 합리나 절충보다는 집념과 끈기·투지가 더 강하다.
또 스스로 모든 일을 하지않으면 직성이 안풀리고 직관에 많이 의존한다.
이런 강한 개성들은 기업경영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조직을 통한순리적인 일의 추진보다 목표를 향해 일로매진하는 경향이 많다.

<1세영향력 절대적>
비록 공개기업이라해도 경영전반에 걸쳐 대주주의 의사가 그대로 나타나고 절대적으로 존중된다. 오너의 개성이나 경영스타일이 기업그룹의 업종·조직·인사등에 바로 배어나는 것이다.
한국의 4대그룹이라 할 수 있는 현대·삼성·럭키금성·대우도예외가 아니다.
오너창업자 및 대주주의 개성이 바로 그룹의 특성이라고도 할수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 창업1세에 의한 철저한 중앙집권적인 그룹이라면 럭키금성그룹은 지방분권조직을 갖춘 그룹이다. 대우그룹은 점차 연립내각체제로부터 중앙집권체제를 갖추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치밀한 비서실조직>
삼성의 이병철회장은 다른 어느 그룹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치밀한 비서실 조직과 사장들과의 잦은 면담을 통해 모든 일을 파악하고 독려한다. 이회장은 아침에 나올 때 그날 할일을 직접 메모로 적어 갖고 나와 관계임원들을 부르거나 비서실을 통해 하나씩 확인하여 완전히 해결돼야 줄이 그어진다.
그대신 미심한 것은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완전히 해결 될 때까지 메모에 계속 옮겨적어 갖고 나온다.
보고를 받을 땐 숫자나 요지같은 것을 메모에 직접 적기 때문에 사장들이 절대로 자신없는 보고를 못한다.
점심시간도 관계임원들을 불러 사업관계를 확인하고 또 꾸지람도 한다. 사장들에겐 강한 권한과 책임을 주지만 삼성의 일원이란 큰 테두리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사장회의 직접주재>
정주영회장은 매일 아침 7시30분부터 중동 회의를, 월요일마다 사장단회의를 직접 주재, 모든 일을 직접 보고받고 지시한다. 공직을 많이 맡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몸이지만 건설이나 조선의 중요한 일은 반드시 챙기고 직접 판단한다.
사실 조선이나 건설은 조직보다도 오너가 직접 결정을 내려야할 일이 많은 업종이다. 이런 필요 때문에 정회장이 직접 모든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역으로 정회장의 그런 성격때문에 현대가 조선과 건설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조직으로, 현대는 강한 개성으로 움직이는 그룹이지만 둘 다 총수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앙집권체제라는 점에선 비슷하다.
삼성은 개인의 파워보다는 조직의 힘이 강하다. 제당·모직·합섬·전자·반도체등 그룹의 주요 업종이 모두 기획·생산·판매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조직력이 뒷받침 되어야하는 업종이다.
따라서 신규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기까지에는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고 최고경영자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한다. 이 같은 성격은 역시 조직을 바탕으로 커온 럭키금성그룹도 마찬가지다.

<호·불황영향 안받아>
재빠르고 과감한 업종전환은 없었지만 대신 두 그룹 모두 돌다리를 두드려 건널지라도 시류에 따라 착실히 영역을 넓혀왔고 따라서 호·불황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은 탄탄한 경영을 한다.
반면. 현대는 조직의 힘보다는 정회장 개인의 직관적인 판단에 의해 방향을 잡고 일단 정회장의 판단이 내려지면 전 직원이 총력을 기울여 속도전을 펴는 그룹이다.
현대그룹 내부에선 일부터 처리해 놓고 서류는 나중에 이에 맞춰 꾸미는 일이 많다. 어느정도 조직적인 경영을 해야하는 자동차가 있지만 오래전부터 정회장은 아우 정세영사장에게 경영을 맡겨왔다. 정회장은 최근 반도체·가전사업을 새로 벌이고 또 현대그룹의 조직이 지나치게 방대해져 그룹 관리본부를 신설하는등 점차 조직적 관리를 가미하고 있다.

<경영체제 일사불란>
럭키금성그룹의 구자경회장은 전원생활을 즐기는 소탈한 성격의 중세 봉건영주에 비유될수 있다. 그룹경영의 대권은 허신구 금성사사장, 구평회 호유사장, 구두회 금성반도체사장, 구자학 (주)럭키사장등 선대와 당대의 가신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져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구회장은 지난해 새로 추대된 허준구 그룹부회장의 도움을 받아 그룹 각사의 조정과 대외적인 총수역할을 주로한다. 장자승계원칙속의 일사분란한 가족책임경영체제가 럭키금성그룹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인 셈이다

<연립내각 모습바꿔>
대우그룹의 기획조정실은 곧장 삼성의 비서실조직과 비유된다. 그 만큼 대우도 중앙통제를 지향하고 있다. 대우의 기조실장은 사장급이며 초창기 창업동지들의 분권적 형태를 띠었던 그룹경영은 점차 김우중회장의 1인체제로 모습을 바꿔왔다.
반면 김회장은 중요한 사업의 구상은 항상 자신만의 판단에 의해 내리지만 일단 사장에게 경영을 맡기면 거의 간섭을 않고 자신은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하는 스타일이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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