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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바가지」요금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0년대 이 후 현저하게 눈에 띄는 사회현상의 하나는 레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점이다.
본격적인 휴가·행락철은 말할 것 없고 연휴나 웬만큼 알씨 좋은 주말이면 어디론지 밖으로 나들이가는 인구가 부쩍 많아졌다. 이런 현상을 두고 물질적 여유의 결과로만 보는 견해도 있으나 그보다는 나날의 생활, 일상의 업무가 점점 더 기계적, 비인간적으로 조직화되는데 따른 반작용의 의미가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
숨막힐듯한 일상을 떠나 자연과 가까이서 느긋하게 한나절을 보낸다는 것은 내일의 활력을 가다듬는다는 실용적 효용 외에도 온갖 이유로 혼탁된 현대인의 심성을 세정하는 자기수양의 기회도 될 수 있음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모처럼 마음먹고 도심을 떠난 나들이는 여간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도록 갖가지 장애에 부닥치게 된다.
우선 나들이 떠나는 첫 순간부터 애로에 봉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차나 고속버스 같은 대량수송 수단은 그래도 나은 편이나 나들이에 더 많이 이용되는 시외버스나 관광버스는행락시즌이 되면 예외없이 불친절과 횡포가 되살아 난다.
담합해서 요금을 올리거나 배차시간을 멋대로 바꾸는 일은 그래도 나은편이고 아예 예약된 행선지를 바꾸고 손님 많은 쪽으로 차편을 돌리는 경우조차 비일비재다. 고생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어김 없이 갖가지 「바가지」가 기다리고 있다. 웬만한 자리목은 이미 발빠른 상혼들이 선점하여 터무니 없는 자릿세를 물어야 한다. 그것이 싫으면 더 멀리, 더 불편한 곳으로 고행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각종 매점들의 바가지요금과 불친절도 예외가 없다. 특히 그 곳이 유원지나 관광지일 경우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이런 곳일 수록 업자들의 자율결의가 더 빈번히 이루어지기 마련이나 그 실천은 언제나 별개의 문제로 떨어져 있다.
업자들의 하소연에도 들을만한 귀절이 없지 않다. 애당초부터 터무니 없이 비싼 임대료나 시설이용료를 물고 들어온데다 한철 장사로 1년생계를 꾸려야 하는 것이 보통의 형편이라는 얘기다. 이는 곧 유원지나 관광지의 구조적 「바가지」요인이 아닐 수 없다.
내무부가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유원지 행락질서를 어지럽히는 업소를 강력히 단속하기로 한 것은 비록 연례행사에 불과하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번 단속에서는 종전의 지도·계몽위주 보다는 실질적 불이익을 주는 제재로 바꾼다는 것이고 보면 결과를 두고 볼 수 밖에 없겠다.
다만 이런유의 단속도 단속이나 그 구조적 요인들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것이 더 근본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행락과 나들이가 늘어날 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걱정거리는 자연훼손이다. 산 좋고 물 맑던 산하가 요즘에 와서는 거의 예외 없이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여 가고 있는 현실은 너무도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다른 오물과는 달리 영구히 자연훼손물로 남게되는 비닐등 각종화학물질들의 범람이 현저해지고 있다.
들과 강의 곳 곳에서 볼 수 있는 비닐공해는 사람들이 약간의 관심과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유원지의 관리는 바가지나 무질서의 단속보다 오히려 이런 자연훼손에 더 중점을 두고 실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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