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치수 > 바지치수 = 소화불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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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말만큼이나 사람의 식욕도 왕성해지는 가을이다. 회사원 김도형(39) 씨는 요즘들어 허리 치수가 34인치를 넘어서면서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바지 허리가 바짝 죄다 보니 식후 일상생활이 고통스러울 정도다. 병원도 찾아봤지만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해 결국 운동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김씨처럼 소화불량 증세를 호소하는 건 남성뿐이 아니다. 서울강남외과 정희원 원장은 가을에 자칫 방심하면 허리사이즈 1 ̄2인치 늘어나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경고한다.

그는 "소화불량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일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 갈 필요는 없지만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기존의 증상에 다른 증상이 계속 추가되는 양상을 보이면 병원을 방문해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생활습관과 관련된 병인만큼 음식과 스트레스 조절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보이지만 일부만이 병원을 찾는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의 과정만 거치면 크게 고민할 이유가 없는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증상들로 말미암아 큰병이 아닐까 하는 속앓이를 하기도 한다.

과민성대장 증후군의 진단 기준으로는 대장에 기질적인 장애가 없으면서 지속적이거나 재발하는 복통의 증상이 배변으로 바로 호전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또 ①배변 횟수의 이상 ②대변의 굳기 이상 ③배변에 관련된 이상 (배변시 과도한 힘주기, 못 참을 정도로 급하게 변을 보아야 하는 경우, 변을 보아도 변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드는 경우④대변 내 점액의 증가 ⑤복부 팽만감과 같은 5가지 배변의 이상소견 중 3가지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도 해당된다.

이의 진단에는 일반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가 많이 쓰인다. 검사 전 설사약을 먹고 장을 비워주면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정도다. 비용은 보험적용을 받으므로 2만5000원 정도 한다. 검사 시 불편감으로 인해 수면내시경을 요구하는 경우는 비용이 더 추가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치료는 매우 어려우며 치료에 대하여 잘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성격과 가족 관계 등에 대한 폭 넓은 이해가 필요하나 완치되는 예는 매우 드물다.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보존적인 심리요법과 면담요법, 약물요법 등이 있다. 약물요법으로 설사를 주로 하는 경우에는 지사제가 효과가 있다. 통증이 많은 경우에는 일시적인 진통제와 진경제 투여가 도움이 되며, 변비가 문제인 경우에는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와 상품으로 나와 있는 차전차피가 주성분인 식이섬유 제제를 투여하여 도움을 받기도 한다. 가스가 많이 차는 경우에는 장 내의 가스를 없애주는 소화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의사들은 보통 섬유소가 많이 든 음식의 섭취를 권장한다. 만약 고섬유 음식으로 고장(장에 가스가 차서 복부가 팽창한 상태)이나 방귀 등이 증가한다면 양을 줄이더라도 중단하지는 않는다. 또한 장 내 공기를 증가시킬 수 있는 행동 및 음식물도 조심한다. 예로 고칼로리의 푸짐한 식사, 탄산가스가 들어 있는 음료, 과도한 수분 섭취, 흡연, 껌이나 조급한 식사를 피하면 가스 생성을 줄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콩류, 양배추류, 유당, 과당의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그 외에 점막의 자극제인 오렌지쥬스, 술 등은 금하는 게 좋고 지방질 섭취도 줄여주는 것이 좋다.

정희원장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치료는 모범답안이 있을 수 없으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한 개의 질환인지, 여러 개의 상이한 질환들의 모임인지, 아니면 정상 상태의 일종인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인스닷컴 헬스케어 최은숙 choialth@joins.com

[도움말 강남서울외과 정희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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