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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PC에 IS 깃발 사진 … "제3 인물이 시리아 데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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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터키의 시리아 접경도시에서 실종된 한국인 김모(18)군의 행적이 8일째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내 수사당국은 김군이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접근하기 위해 시리아로 밀입국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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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당국 관계자는 18일 “‘한국인 A씨(45)가 시리아와 인접한 킬리스까지 김군과 동행했으며 이곳에서 제3의 인물이 김군을 시리아 쪽으로 데려갔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현지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TV(CCTV)에도 김군이 (A씨 아닌) 다른 사람과 있는 장면이 찍혔다고 한다.

 김군은 지난 8일 “‘핫산’이라는 e메일 펜팔 친구가 있는 터키에 가고 싶다”며 출국했다가 사흘 만인 10일 국경 인근 킬리스에서 실종됐다. 앞서 터키 일간지 밀리예트는 17일 소식통을 인용해 “김군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불법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터키 당국이 한국 측으로부터 김군의 컴퓨터에서 IS 조직원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점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수사당국은 김군의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4명의 남자가 각자 소총을 들고 IS깃발 같은 물체를 들고 있는 사진이 깔려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김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랍 관련 소식 등을 접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김군 컴퓨터에서 IS와의 연계나 핫산의 신원을 파악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군이 누구인지와 터키 입국부터 실종까지 그의 행적도 의문투성이다. 김군은 서울의 한 중학교를 중퇴한 후 집에서 지내왔으며,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이 많았고 게임이나 해외 여행 사이트를 자주 접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터키에 딱히 관심을 보인 적은 없어 김군이 터키에 가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의아하게 여겼으나 ‘터키에 다녀오면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열심히 살겠다’고 해 허락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실종 직전까지 김군과 함께 있었던 A씨가 이번 사건을 풀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군이 실종된 후 A씨가 이틀 동안 신고하지 않은 점은 의문이다. A씨는 호텔에서 김군과 더블룸을 함께 썼다고 한다.

 A씨는 현지 조사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라졌다. 이틀 동안 혼자 찾아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군이 A씨와 함께 묵었던 호텔 측 관계자는 18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군이 사라진 후 A씨는 사흘 동안 오전에 30분 정도만 외출했을 뿐 계속 방에 머물렀다. 경찰에 신고하라는 권유를 거부하고 이틀 후인 12일 터키의 한국대사관에 연락했다”고 전했다. 또 “김군은 10일 아침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 백팩을 메고 (호텔에서) 나갔다. 매우 불안해 보였다”고 말했다. 제3의 인물에 대해선 “A씨가 핫산이 누구인지 물었으며 ‘김군이 사라지기 전에 핫산과 통화한 것을 들었다. 김군이 핫산을 만나러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A씨는 17일 귀국한 이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아직 조사 날짜도 잡지 못했다. 고소나 고발이 없는 상황에서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지난 15일 아들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한 김군의 부모도 A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의 어머니는 조사에서 “영어를 잘하고 (터키에서) 여행 경험이 있다는 소개를 받고 동행을 부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터키의 현지 조사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김군이 만나려 했다는 핫산이나 CCTV에 잡힌 인물의 신원도 확인되지 않았다. 15일 아들을 찾기 위해 터키로 출국한 김군의 아버지도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한 채 18일 귀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군이 호텔을 나선 뒤 거리의 CCTV 일부 화면에 찍힌 장면을 확보해 동선을 추적하고 있지만 시리아로 간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김군과 함께 시리아에 불법입국했다가 IS로부터 도망쳐온 한국인 남성이 터키 당국에 체포돼 관련 사실을 자백했다는 터키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인이 체포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유성운·유지혜·채승기 기자

"펜팔 친구 핫산 만나러 간다" 출국
'IS 관문' 도시 킬리스서 행방 묘연
터키 언론 "IS 가담 위해 넘어가"
동행 40대, 이틀간 실종신고 안 해
외교부는 "시리아 입국 확인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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