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잊었나, 뒷북만 치는 안전대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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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호 02면

새해 초부터 국민을 불안케 하는 사건·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10일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를 시작으로 양주·남양주시 아파트, 서울 도곡시장에서 잇따라 불이 났다. 그런 와중에 터진 안산 40대 인질극과 인천 송도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은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까지 신설해 ‘안전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일련의 사고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화하는 사회에서 각종 사건·사고 발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법령이나 시스템을 꼼꼼히 정비해 현장에 착근시키면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9개월간 각종 시스템을 정비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1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화재와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통해 현장과의 괴리, 탁상행정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현장을 챙기고 부실한 법규 등을 고치는 게 국민안전처의 역할일 터인데 달라진 게 없다. 의정부 화재로 이재민이 300여 명이나 발생했는데 가구 수 통계가 오락가락했고, 박인용 장관은 사흘 뒤에야 현장을 찾았다. 초동·후속 대응이 엉성했던 세월호 참사 때와 닮은꼴이었다. 의정부 아파트 같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국에 30만 가구가 넘는다. 이번 화재가 없었다면 스프링클러가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수많은 국민이 소방법·건축법 사각지대에 놓였을 것이다. 당정은 뒤늦게 스프링클러 의무화 대상을 현행 10층에서 6층 이상 건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관련 법령을 손질해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어린이집 대책도 뒷북치기의 전형이었다. 최근 2년간 전국에서 500건 가까운 아동 학대가 발생하는 동안 정부는 뭘 했나. 이번에 30대 보육교사가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할 네 살배기를 나가떨어지도록 후려치는 충격적인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이 일자 허둥대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은 사고 공개 사흘 만인 엊그제 ▶CCTV 설치 의무화 ▶학대 적발 시 폐쇄 ▶교사 인성교육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야권도 국회 통과에 협조하겠다며 거들었다.

 하지만 내용은 과거 대책의 재탕이다. 특히 CCTV 의무화는 오래전부터 의원들이 교사 인권을 이유로 반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어린이집 간 유착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원장 등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영유아보육법에 사실상 영구퇴출과 다름없는 자격 10년 제한 규정이 있어 새로울 게 없다. 사후약방문이라도 잘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렇지도 못하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피해를 최소화할 선진형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정비하고, 선제적·종합적 처방을 현장에 녹여내는 일상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라고 국민이 공무원에게 월급 주는 게 아닌가. 국민안전에 뒷북이나 치는 정부와 정치권, 현장과 괴리된 채 관료의 캐비닛에 처박혀 있는 법·제도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그게 세월호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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