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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추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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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상급」기업그룹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멀었다』고 겸손해 하지만 부단히 정상을 향해 달리는 그룹들.
수를 헤아리자면 손가락이 모자란다. 이들 그룹 중에는 해방직후 창업주가 설립한 기업 을 모체로 지금은 그룹차원으로 성장한 것도 있고 60년대 경공업, 70년대 중화학과 해외 건설 등 산업성장과 함께 가지를 친 기업도 있다.
현대·럭키금성·삼성·대우 등 「정상급」기업그룹과 마찬가지로 무역업 건설업 금융업·중화학 업체 등 다양한 업종을 거느린 복합 기업형태가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들 그룹들도 상하 종횡으로 치열한 각축 속에 전환기를 맞고 있다.

<영토확장 영일 없어>
제3의 물결 속에 밀려오는 첨단기술과 레저산업 등 새로운 산업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걸핏하면 누구나 입에 담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까지 어느 기업, 그룹할 것 없이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 다져온 성장잠재력을 재충전, 힘겨운 레이스에 영일이 없는 것이 재계다.
하룻밤을 자고 나면 달라지는 기술혁신 시대에 80년대 제 2도약을 위해 새로운 영토확장에 바쁜 것이다.
82년도 매출액 기준으로 「정상급」기업그룹과도 비견할만한 선경그룹(최종현·매출액4 조5천6백47억원)을 필두로 쌍용그룹(김석원·2조4천6백억원) 국제그룹(양정모·1조8천2백58억원) 한국화약그룹(김승윤·1조6천5백억원) 효성그룹(조홍제·l조5천67억원) 한진그룹(조중훈·1조4천5백억원) 등 정상 도전 후보자는 줄을 서있다.
그 다음으로 외형은 아직 1조원대에 미달하지만 금호(박인천·9천8백25억원) 두산(박용 곤·8천8백69억원) 롯데(신격호·8천3백18억원) 동아(최원석) 코오롱(이동찬·6천억원) 등 그룹들이 뒤쫓고 있다.
여기에 한양(배종렬 5천9백66억원) 라이프(조내벽·3천3백29억원) 등 신흥 건설재벌 과 기아(김상문·4천6백91억원) 대농(박용학·2천5백56억원) 대한전선(설원량·2천7백 85억원) 이 업종정예화로 뒤를 좇고 있으며 화장품 전문의 태평양화학(서성환·2천4백96억원) 주류계의 진로(장익룡·2천3백61억원), 슬레이트 재벌인 벽산(김인득·2천3백91억원)그룹 등도 세가 만만치 않다.
이들 그룹은 사세를 외형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거느린 업종도 다를 뿐만 아니라 계열 기업수·주력업종·성장가능 사업·재무구조 등 각기 특성과 골격·알맹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해에 앞선 기업이 그 다음 해에는 후미로 밀리는 그룹도 있다.
자존 성장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지략을 짜고 있는 이들 기업그룹의 몸부림이 점차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 오너가 창업한 본업을 계속 지키면서 더욱 알차게 성장시키려는 기본 전략에 있어서는 어느 그룹이나 공통된 일면이다. 주력기업에 신기술을 접목하려는 그룹들도 많다.
선경은 화섬을 하다 VTR컬러 테이프를 개발했으며 쌍용은 뉴세러믹(신 요업 소재) 개발 에 착수했다.
이 밖에 한진의 항공기조립, 롯데의 생물공학연구, 한양 라이프의 유통업 본격 진출 등 궤도진입이 한창이다. 효성 코오롱 두산 롯데, 동부그룹 등은 사무자동화(OA) 공장자동화분야에, 동부그룹(김준기)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어 첨단경쟁을 시작했다.
70년대의 중화학 투자경쟁 양상을 방불케 한다. 뭉텅이 돈이 헤프게 들어가는 것이 첨단산업 분야이지만 대회전의 기회를 놓칠세라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재계판도 예측불허>
재벌그룹들이 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레저분야.
그룹별 계획을 보면 국토가 오히려 좁다는 느낌이 들 정도.
명분은 『86년 아시안게임·88년 서울올림픽을 겨냥한다』고 붙인다. 올림픽 특수경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레저 붐을 경계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황제 뒤의 부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올림픽 산업분야에서 대우·럭키·라이프·롯데·두산·한양·명성(김철호)·극동건설(김용산) 등이 큰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에 있다.
재계의 의욕으로 봐서는 80년대 재계판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재계영토개편은 시공에 따라 항상 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첨단기술 레저산업 등도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기업에는 항상 전기가 따르게 마련이다.
지난 80년 유공을 인수함으로써 상위기업그룹으로 부상한 선경은 말할 것도 없고 국영 기업불하로 조공을 인수한 남궁련씨(당시 극동해운이 주력기업) 한진(대한항공) 효성(한영공업=현 효성중공업) 대우(옥포조선) 이 그에 해당한다.
또 원자력발전 설비 제조분야에 꿈이 부풀었던 현대·대우·삼성이 국영 한국중공업의 탄생으로 큰 상처를 입은 것도 하나의 예다.
70년대 주유종탄의 신 에너지 시대를 맞아 제2정유공장(호유)을 맡은 럭키금성 그룹은 행운의 전기를 잡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삼미사(고 김두식)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밑거름이 된 새나라 자동차를 잡았다가 놓았다. 삼미사가 후에 신진을 거쳐 대우로 넘어간 새나라 자동차를 계속 잡고 있었다면 삼미그룹이나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판도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금성방직이 모태가 되어 시멘트 재벌이 된 쌍룡, 용역군납과 군수운송 월남전으로 민항 독점재벌에 발돋움한 한진, 포목상의 첫 출발로 주류계를 리드하는 두산, 국내 최초의 전선공장인 대한전선, 정유에서 합섬에 이르기까지 석유화학 재벌로 군림하고 있는 선경, 제재소에서 건설재벌로 부상한 대림, 신발에서 무역이 철강으로 뻗는 국제, 민수산업용 화약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화약, 교포재벌인 롯데, 자가성수한 한양 라이프 등 기업그룹들은 서서히 탈바꿈을 하고있다.

<간판업종 탈바꿈>
건설기업그룹들은 해외 건설 경기가 절정기를 지나자 국내로 눈을 돌려 한판 승부를 겨냥하고 있으며 여타 그룹은 전자 기계 등 일반 중화학 분야에서부터 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역전의 드라머를 엮으려 고심하고 있다.
70년대 후반부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한 관계 금융계 군 출신 등 전문경영을 영입하고 각종 연구소를 설치하면서 도약을 꾀하고 있다.
각 그룹들의 장차 역점 사업들은 하나 하나가 한편의 파노라마라고나 할까.
이웃 일본을 비롯한 선진공업국에서 자동차·철강·조선 등 왕년의 기간산업이 퇴조기에 들어가 재벌기업들이 변경 개척에 나선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재계에도 『무엇이든 첨단산업에 눈을 돌려야할텐데 』하고 초조한 빛이 역력하다. 이런 현실 속에 「첨단 보물찾기」경쟁의 신호가 물렸다. 벌써 앞서가는 그룹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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