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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젠 스피드 경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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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포스코 항공팀의 김승현 기장에게 김포~포항의 거리는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다소 다르다. 김기장은 한시간 남짓 가는 거리라고 생각한다. 그가 모는 14인승 헬리콥터 BELL-222A로는 그 정도밖에 안 걸리기 때문이다. 김기장이 조종하는 헬기를 포스코 임직원들은 종종 '날아다니는 비즈니스 자가용'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비즈니스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절약해준다. 강남 포스코빌딩에서 포항 본사까지 가려면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더라도 4~5시간 걸린다. 공항수속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기를 이용하면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오전 중 서울에서 업무를 본 뒤 점심시간에 헬기로 이동해 포항에서 오후 내내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기장은 "헬기를 이용하는 임직원들로부터 스피드 경영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1982년 4월 1일부터 회사용 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보유 대수는 두대. 모두 14인승이다.

포스코 헬기의 용도는 다양하다. 기술진들을 생산 현장에 급파하거나, 해외바이어들을 포항 본사로 이동시킬 때도 자주 이용된다. 필수부품을 공수하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꼭 필요한 부품을 실은 선박이 포항에 입항하지 못할 때 헬기로 도선사를 태우고 가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두대의 헬기로 연간 2백80회(편도 기준) 운항하고 있다.

헬기가 기업체의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비용 대비 효용이 뛰어나고 스피드경영이 가능해서다. 아직 국내에서 자가용 헬기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손꼽을 정도지만 국내기업의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면서 앞으로 헬기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선진기업들은 회사 내에 자체 항공팀을 두고 적극적으로 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7일부터 임직원들의 스피디한 업무진행을 위해 수원사업장과 구미사업장 간에 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 내에 다목적 타워형 옥상 헬기장을 건립했다.

삼성전자의 헬기는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10인승 프랑스산 '돌핀'으로 최대 체공시간 2시간40분, 최고시속 2백96㎞/h, 운항속도 2백74㎞/h, 운항거리 8백80㎞에 자동항법장비가 탑재돼 있다.

매일 2회씩 왕복 운항하는데 성과를 보면서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미에 출장갈 때마다 길에서 시간을 다 빼앗긴다며 투덜대던 임직원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이상배 부사장은 "헬기가 취항함에 따라 그동안 수원~구미간에 4시간 정도 소요되던 것이 50분으로 줄었다"며 "차안에서 오랫동안 시달리던 임직원들의 피로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업무진행도 신속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수원을 거점으로 운항지역을 천안.온양.광주사업장 등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우조선도 두대의 업무용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김해공항에서 거제도 옥포조선소를 오고간다. 운항시간은 15분. 승용차나 버스를 이용할 경우 족히 3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대우조선 진태옥 기장은 "주로 해외바이어들이 이용하지만 임직원들의 긴급한 출장수요에도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대를 활용했는데 비즈니스 효과가 뛰어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14인승 한대를 더 도입했다.

거제에 조선소가 있는 삼성중공업 역시 계열회사인 삼성테크윈의 헬기를 김해와 거제를 오가는 업무용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헬기 임대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헬기 두대를 기업체들에 임대하고 있는데 최근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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