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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의 죽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공민항기의 피납·귀환등 약간은 들은 기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뜻하지 않은 하나의 비보에 접하게 되였다.
설악산 마등령 정상 북쪽 2km, 속칭·범잔 바위골에서 밀렵꾼의 총을 맞아 반달무늬 곰이 비명에 간 것이다. 중상을 입은 채로 발견된 이 곰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경찰이 긴급구조작업을 했지만 시기가 늦어 끝내죽고 말았다는 기사가 보도했다.
죽은 반달무늬 곰의 해부소견을 보면 종류미상의 총탄 (일부보도는 엽총 이상의 성능이라고 함)을 척추에 맞은 곰이 놀라서 뛰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입은 외상과 심한 내출혈이 직접 사인인 것으로 지적되였다.
반달곰의 기사를 보고 혹『그까짓 곰한 마리를 두고 월 그렇게 떠드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른다.
초점을 한 마리의 동물의 생명에 맞힌다면 그런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자연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자연보호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동식물에 자비를 베푸는 깃이 아니라 당대, 또 후대들을 위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연보호란 곧 인간보호인 셈이다.
반달무늬 곰 사건을 통해 몇 가지 느끼는 점이 있다.
첫째는 사건이 난 곳이 국립공원일 뿐 아니라 82년6월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국제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까지 받은 곳이라는 점이다.
3만7천여ha에 이르는 지정 대상면적에는 식물 9백39종, 동물 1백72종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식물중 종덩굴·설악조팝나무·피나무등 6종은 이곳에서 만 볼수 있는 것이다. 또 동물 중에서도 물두꺼비 등은 거의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종류들이다.
이같은 보호지역 내에서 밀렵이 자행되는 사실에 의문이 생긴다.
둘째로는 웅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보약제·강정제·불치병치료 약이라는 구전 때문에 곰들이 수난을 당하고있는 것이다.
지구상에 생존해 있는 곰은 6속7종인데 그 중에서도 반달무늬 곰의 웅담을 한방에서는 제일로 치고 다음으로 불곰을 꼽고 있다. 이 또한 과학적인 분석 없이 구전되어오는 얘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탕들의 웅담기호 때문에 67년부터 81년까지 2백70마리의 곰이 국외에서 수입되었으며 81년5월 경기도광주에서 사살된 반달곰의 웅담은 1천6백만원에 공매됐다. 이번 곰의 웅담도 3천만원은 갈 것이라는 얘기, 1억원에 곰을 사겠다는 얘기 등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웅담을 불사약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세번째는 총기를 사용하는 밀렵 이외에도 극독물·함정·덫 등을 사용하는 밀림이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박제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무차별 포획된 야생동물의 표피는 박재로 만들거나 장식물로 팔고 한약재가 된다는 것은 이를 찾는 사람들에게, 고기는 정력제·보양제 등으로 팔리고 있다는 것은 자연보호 정신이 곁들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따라서 진정한 자연보호를 위해서는 좀더 근본적인 대책과 국민들의 자연사방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공업이 발달하면서 많은 자연이 파손되자 강력한 보호정책을 쓰고 있다. 그 예로 한때 5천만 마리에 이르던 들소의 수가 1889년에는 5백41 마리로 급격히 줄었다.
이에 놀란 당국이 남은 들소를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옮겨 애를 쓰면서 번식시켜 지금은 3만∼5만 마리까지 늘어나 들소의 멸종위기를 모면했다. 또한 미국은 내무성에 어류및 야생동물청을 두어 책임자인 차관보 밑에 관리부·연구부·행정지원부 등이 있으며 정규직원만 4천1백여 명에 75년도 예산이 2억3천만달러나 되었다. 동물피난처 관계직원 8백27명중 7백98명은 현장에 근무하면서 자연보호에 만전을 기하고있다.
우리나라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자연보호에 앞장섰었던 사실이 기술되어있다.
고려사절요를 보면 성종6년(987년)「왕은 2월부터 10월까지 만물이 생성하는 시기에 산에 불을 놓는 것을 금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사세가에는 정종 1년(1035년)4월에「예부에서 개성의 이름 있는 산의 나무채취를 금지시키는 한편 나무를 더 심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의 글이 나온다. 또 예종은 짐승의 새끼를 잡지 말고 알을 취하지 말도록 동물보호를 지시한 기록도 있다.
이렇듯 옛사람들은 자연보호에 큰 관심을 가졌는데 자연보호를 시작한지 20년, 자연보호현장을 공포한지 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반달곰의 수난 같은 열일 되풀이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번의 반달무늬 곰 사건을 통해 모두가 다시 한번 우리들 자신을 위해 자연보호의 마음을 다진다면 반달곰의 희생도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약력> ▲서울대농대 수의과졸 ▲창경원근속 26년 ▲저서「동물의 왕국」「동물의 세계」「야수의 사생활」「에 완동물 기르기」 김정만<창경원 사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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