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꿈나무들의 잔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년체전」. 앞날의 주역이 될 새싹들이 1년에 한번씩 힘과 기를 겨루는 큰 잔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소년체전은 「새싹들의 잔치」가 아니라 「어른들의 잔치」란 말이 우리들 주변에서 나왔다.
이는 주인공들인 소년소녀들이 마음껏 뛰며 우정과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할 큰잔치에 어른들이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 갖가지 추태를 보이며 어린이들을 곤혹시켰기 때문에 나온 얘기다.
그러나 이번 인정의 고장 전주에서 벌어진 제12회 전국소년체전은 「어른들의 잔치」에서 「새싹들의 잔치」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향토의 명예를 짊어진 13개 시·도 및 재일동포의 8천여 어린 선수들은 닷새동안 벌어진 이번 대회에서 마음껏 기량을 과시했고 승부를 떠나 우정과 환희를 교환했다.
전주고 체육관에서 벌어진 레슬링경기 결승전에서 꼬마 레슬러가 보여준 훌륭한 모습에서 이 같은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42㎏급 경기 결승에 진출한 전남의 박성신 선수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했으나 충남의 김재원 선수에게 아깝게 판정패를 당하자 눈물을 흘리며 분통해하면서도 곧 승자를 찾아가 악수를 교환하면서 승리를 축하해 주었으며 김 군도 박 군을 껴안으며 격려,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가슴을 뭉클케 했다.
이같은 멋진 장면은 비단 레슬링경기장 뿐 아니라 각종 경기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 체전의 피날레를 장식한 축구 중학부 결승에서도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군산제일중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아있는 강릉중 선수들에게 달려가 일으켜 안아주며 격려하는 정겨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선전을 겹치고있는 것 못지 않게 관중석에서도 질서 정연하게 응원을 펼치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에게 좋은 교훈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각 시·도 팀과 자매결연을 한 초·중학교 응원단은 향토를 떠나 마치 자기학교가 경기를 펼치듯 묘기와 파인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훌륭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88서울올림픽과 86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번 체전에서 보여준 꿈나무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3년 혹은 5년 후 그대로 세계의 눈에 비쳐져야 할 것이다. <임병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