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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젠코」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본의 경계·언론계등 각계 각층인사 2백여명이 소련비밀경찰(KGB)로부터 돈을 받고 간첩활동에 협력했다는 전KGB소령「레프첸코」<사진>의 폭로는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소련의 첩보활동에 세계적인 이목이 쏠리게 됐다.「레프첸코」는 모스크바대학부속 아시아­아프리카연구소에서 6년간 일본어 역사경제 문학을 공부한 후 65년부터 당의지시에 따라 일본공산당기관지「적기」모스크바특파원의 비서겸 통역으로 일하게 됐다.
공식적으로는 소련적십자사 요원이었으나 실제로는「적기」특파원의 활동을 체크, 보고하는 일이었다.
71년 KGB요원양성소에 들어가 교육을 받고 72년 가을 KGB 제1관리본부 일부과에서 일본사회의 모든 계층에 박혀 있는 에이전트 일본사회당 일본정보기관의 활동상황 등을 보고 받아 관리하는 일을 말았다.
74년 현지첩보원으로 발탁된 그는 1년간 소련잡지「신시대」에 근무하면서 훈련을 쌓은 후 75년2월 가족과 함께 동경에 도착, KGB동경지부의 정치정보수집요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4년간 일본에서 소련의 첩보공작을 벌이던 그는 79년 미국으로 망명, 지난 82년12월부터 자신의 스파이 활동과 관련한 사실들을 하나하나 털어놓음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가 밝힌 내용 중에는 소련이 중공과 일본·북한을 이간시키려 시도했고 가짜주은래유서를 만들어 중공내부의 대립상을 선전하려 했으며 일본의 정계·언론계인사들이 KGB에 적극 협력했던 사실 등이 담겨있었다.
「레프첸코」의 증언으로 일본에는 큰 파문이 일었으나 일본경찰청은 5개월 만인 23일 일본인협력자에 대한 수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으나 한 사람도 입건되지 않아 일본이 여전히 스파이천국임을 그대로 입증해준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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