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꾼 설치는 설악산|희귀 동물 노려 박제·약재로 서울등 밀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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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나라 희귀 동식물의 보고로 불려지는 설악산일대에 사제폭탄이나 덫·총 등으로 천연기념물인 반달곰을 노리거나 극약을 놓아 노루와 말똥가리·꿩 등을 마구 잡아들이는 밀렵행위가 크게 성행하고 있다. 특히 반달곰포획용 사제폭탄은 다이너마이트에 골을 발라 반달곰이 다니는 길목 골짜기 나무 등에 매달아놓아 등산객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22일 죽은 반달곰도 몸의 양쪽 4곳에 직경 1.5∼3m크기의 총상 흔적이 발견돼 밀렵꾼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총을 든 밀렵꾼들은 등산객이 많은 주말을 피해 2∼3명씩 짝을 지어 계곡에 매복했다가 닥치는 대로 총질을 해 총성이 가끔 마을까지 들릴 때도 있으며 잡은 동물은 서울등 대도시로 몰래 운반, 약재상에 팔아넘기고 있다. 또 꿩·멧비둘기·올빼미·매·독수리 등은 박제로 만들어 서울부산등 대도시 박제판매상에 팔고 있다는 것이다.
야생조수류 밀렵꾼들 가운데는 주민들에게 선금을 주고 밀렵을 하도록 해 수달·담비·삵괭이·다람쥐 등의 껍질을 헐 값에 사들여 박제로 가공, 수십 명의 하수인까지 풀어 서로 모르게 점조직을 한후 대도시 판매상등에 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속의 손길이 멀어 밀렵꾼들의 덜미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는데 75년 9월에는 사제폭탄에 바른 꿀을 먹다가 입과 머리통이 박살난 반달곰이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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