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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미래] 꿈의 소재…人造다이아 전성시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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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충북 음성의 일진다이아몬드㈜ 공장에서는 원반처럼 둥글고 검은 다이아몬드를 붕어빵 찍어 내듯 만들어 낸다. 두께는 1㎜,지름은 10㎝ 정도다. 하나를 찍어 내는 데 한 틀 당 3일 정도 걸린다.

전극이 연결된 1천도의 틀 안에 메탄가스를 불어 넣으면 그 중 탄소원자가 분리돼 하루에 0.3㎜씩 다이아몬드층이 자란다. 색이 검은 것은 순도가 99.9%로, 0.1%만큼 흑연이 섞여있어서다. 99.9999% 정도의 순도면 유리처럼 투명해 진다.

여기서 만드는 원반형 다이아몬드는 레이저로 원하는 모양과 크기로 잘라 절삭공구나 통신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재빠르게 발산하는 소재로 사용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전투기나 미사일 앞머리에 돔형 다이아몬드를 붙여 고감도 적외선레이더 안테나의 보호막으로 쓰려고 시험 중이다. 다른 금속을 사용하면 전투기나 미사일의 속도 때문에 구름 사이의 물방울.먼지에 안테나가 망가져 한번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인조 다이아몬드의 전성 시대가 온 것이다. 모양이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인조 다이아몬드 연금술 덕에 21세기 재료의 왕으로 새로운 명성을 얻는 중이다.

1954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처음으로 만든 인조 다이아몬드는 지름 0.5㎜의 알갱이 형태. 그러나 지금은 다이아몬드 원자를 다른 금속 표면에 코팅할 수도,원자층을 쌓아 올려 원판을 만들 수도 있게 됐다.

VCR헤드 드럼에 코팅하면 헤드드럼 형태, 베어링에 코팅하면 구슬 형태가 된다. 이 때문에 인조 다이아몬드는 원자 배열만 같을 뿐 형체는 주문에 따라 마음대로 변한다.

인조 다이아몬드가 21세기 꿈의 재료로 각광받는 것은 이런 '변장술'과 뛰어난 재료의 특성 덕이다.

인조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거의 같은 지상 최고의 강도, 빠른 음속, 높은 열전달 속도와 광투과성 등을 앞세워 통신.반도체.무기.우주용 재료 등으로 그 활용 영역을 급속하게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조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응용 기술 개발이 어려워 주로 재료의 절삭.연마용으로 쓰였다.

인조 다이아몬드로 만든 반도체는 앞으로 5년 뒤쯤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스미토모전기.니림.고베철강.미쓰비시재료사 등은 최근 2008년에 다이아몬드 반도체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는 수십~수조비트로 용량이 늘어나면 기존 재료인 실리콘이나 구리로는 거기서 발생하는 열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 역시 해결책은 인조 다이아몬드다. 구리에 비해 열을 방출하는 속도가 5배 정도 빠르다.

손에 다이아몬드를 쥐고 있으면 순식간에 다이아몬드의 온도가 체온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다. 그 다이아몬드를 얇은 얼음에 대면 체온으로 얼음이 잘릴 정도다. 실제 얼음용 칼로 다이몬드가 사용되고 있다.

또 다이아몬드는 적외선.X선.자외선.가시광선 등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빛을 아주 잘 통과시킨다. 우주 탐사선의 작은 창으로 인조 다이아몬드가 사용되는 이유다.

다이아몬드는 2천~3천도의 고온 방사광에서도 끄덕없이 잘 견디지만 산소와 만나면 타버린다. 그러나 우주에는 산소가 없으므로 그만큼 좋은 재료가 없다. 고강도 X선이 쏟아져나오는 방사광 가속기 등의 창 재료로도 쓰인다.

방사광가속기용 지름 수㎝의 투명 인조 다이아몬드 창 하나가 1억~2억원이다. 다국적 다이아몬드회사인 드비어스사는 지름 10㎝의 투명한 원반형 다이아몬드를 개발했다.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소리를 빠르게 전달한다. 초당 17.5㎞의 속도다. 공기는 보통 1초에 3백40m, 쇠는 5.1㎞, 바닷물은 1.5㎞를 전파하는 것을 감안하면, 다이아몬드의 음속은 다른 금속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위성통신이나 광통신기기들이 전파를 잘 잡아주도록 하는 데 이 특성을 이용한다. 음속이 빠른 금속일수록 그런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기존 재료로는 주파수가 2GHz 이상이면 사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동통신이나 광통신이 필요로 하는 주파수는 2.5~10GHz로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다이아몬드로 부품을 만드는 것 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미 일본 스미토모전기는 인조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초고주파 전파 신호도 잘 선별하는 소자인 표면탄성파(SAW)필터라는 것을 개발했다. 앞으로 수년 안에 통신용으로 보편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광용 박사는 "21세기 초에는 인조 다이아몬드가 쇠처럼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질 낮은 천연 다이아몬드를 수리해 고급 보석으로 바꿀 정도로 다이아몬드를 다루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박사는 198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인조 다이아몬드를 개발했다.

일진다이아몬드.GE는 최근 몇년 새 천연 다이아몬드에 질소 등 이물질이 잘못 들어가 색상이 안좋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상등급 다이아몬드로 감쪽같이 바꿔 놓는 기술도 개발했다.

1천8백도의 고온에서 7만 기압으로 질 낮은 다이아몬드를 눌러 그 속에 들어 있는 질소 등 이물질의 원자를 골고루 펴 놓는 것이 원리다.

이런 다이아몬드는 전문 감정사들도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 인조 다이아몬드 기술이 보석의 세계로까지 급속하게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박방주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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