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대기업 우량주 상장 적극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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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선물거래소가 공기업과 대그룹 계열사 등 우량 대기업의 주식을 증시에 신규 상장시키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뭉칫돈이 증시로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시장이 보다 안정적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우량주의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권선물거래소 이영탁 이사장은 4일 '증권.선물시장 저변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증시의 활력을 높이고 정부의 적자재정 부담도 줄이기 위해 우량 공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고 있다"며 "주요 그룹의 우량 비상장사들에도 상장을 적극 권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기업 중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 있다. 또 주요 그룹 계열사 중 상장 재무요건을 갖춘 비상장사는 ▶삼성그룹의 삼성SDS.삼성코닝 등 12개사 ▶LG그룹의 LG CNS.LG 이노텍 등 8개사 ▶SK그룹의 대한송유관공사.SK커뮤니케이션즈 등 10개사 ▶현대차그룹의 본텍.케피코 ▶롯데그룹의 롯데쇼핑과 롯데호텔 등 11개사 등으로 8개 그룹 54개사에 이른다는 게 거래소의 분석이다.

거래소 옥치장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이들 대기업의 상장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공시 등 상장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우량주식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 반면 주식의 공급.유통물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03년 이후 이제껏 상장사들의 자본금은 31조원 가까이 줄었다. 부실 기업들이 퇴출되거나 대규모로 자본금을 줄인 반면 신규 상장이나 증자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장사들의 주가 관리와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고 외국인들이 꾸준히 지분을 늘리는 바람에 주식 유통 물량은 더욱 고갈되는 상황이다. 거래소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증시의 직접급융시장 기능이 약화됨은 물론 주가가 조그만 외부여건 변화에도 널뛰기를 반복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오르면 후유증도 크게 마련"이라며 "정부와 거래소는 우량 공기업 등의 주식을 보다 빨리 시장에 공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원하는 우량 기업들의 주식이 확대 공급되는 것은 투자 기회를 늘리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우량주 공급 확대 외에도 증권.선물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도 안정적인 주가 형성이 가능하도록 증권사가 지속적으로 매수.매도호가를 제시토록 하는 '유동성 공급자' 제도를 이르면 연내 도입한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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