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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의 날에 상 받은 영광의 세 얼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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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일 발명의 날 행사에서 모두 34명이 상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개인으로서 꾸준하게 이색적인 발명을 해서 수상한 영광의 얼굴들을 골라 소개한다.

-삼성전자 연구팀 박찬명씨
그야말로 황무지에서 더듬듯하며 우리나라 최초로 VTR를 만들어낸 삼성전자 연구팀. 그 중의 핵심멤버 중의 한사람인 박찬명 주임연구원(35)이 발명의 날 행사에서 개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우수직무 발명자 상을 받았다.
『누구나 발명가가 될 소지는 갖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크고 어려운 것보다 제 힘이 자라는 한에서 주위의 작고 간단한 것을 풀어내려는 당연한 노력이 뜻밖에 이런 영광을 가져다준 것 같습니다.』
학교 졸업 후 중규모 전자회사에 근무하다 80년 삼성전자 종합연구소에 입사, 한눈 팔지 않고 연구개발에만 전념해왔다.
전자산업 중 첨단기술인 VTR·VDP 분야만 외곬으로 파고들어 무려 24개의 특허 및 실용신안을 혼자 힘으로, 또는 공동으로 개발했다.
박씨는 VTR 기술을 좀체로 주지 않으려는 일본에 대한 오기로 『그렇다면 우리 손으로 해내겠다』 고 결심, 악전고투 끝에 결국 해냈다. VTR개발에 성공한 박씨는 다시 VDP개발에 착수, 81년 신제품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박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한국 VTR· VDP의 산 역사」로 불린다. 그러나 박씨는 『모두가 동료들이 함께 도와준 덕택』이라고 겸손해 하면서 앞으로도 주위에서 생기는 사소한 문제도 꼭 되짚고 넘어가는 항상 생각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소박한 발명가의 꿈을 펼쳤다.

<발명연구 15년…80건 출원해 특허 24건 획득>-삼건개발 대표 홍기상씨
19일 「발명의 날」에 산업포장을 받은 홍기상씨(48·삼건개발 대표)는 『발명가의 공통된 점은 돈이 없는 점』이라고 실토한다.
『돈이 있으면 누가 고달픈 길을 택하겠느냐』고 반문한다.
홍씨는 발명연구 생활 15년. 지난해 석유스토브 역화제거장치 발명으로 전국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까지 모두 발명 80건을 출원해 24건의 특허를 따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삼아둔 짚신이 마음에 안 들어 손수 만들었고 9살 때는 물레를 만들어 볼만큼 눈매가 매서웠다.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은 30대 들어서였다. 군 제대 후 직장생활을 했지만 조금 저축했다 싶으면 직장을 그만두고 또 연구생활을 시작, 연구비가 달리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반복이었다.
물건에 결점이 있으면 두고 못보는 성격 때문에 금상을 탄 석유스토브 역화제거장치를 발명할 수 있었다.
스토브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의 물이 넘게되면 불길이 갑자기 치솟는 것을 보고 새 발명의 착상을 하게 되었다.
이 발명으로 3년에 2천여원만을 손에 넣고 연구 끝에 전동식 칼갈이를 지난해 발명, 특허를 따고 美
국·일본에도 출원중이다.
배터리용 면도기식으로 칼갈이를 만든 것이다. 수출이 유망하다는 주위의 권유로 부천에 공장을 차려 기업화하기로 했다. 돈이 없어 한 번도 해외출품을 못한 뼈저림 때문에 특허기업은 두뇌·목적·자금 등 세 가지 열쇠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회사이름을 삼건개발로 지었다.

<어려서부터 연구…「사다리용 손수레」등 고안>-부산성지공고 1년 박원조군
어른들 틈에 끼여 국무총리상을 받은 박원조군(15·부산성지공고 1학년) 화려한 입상경력이 인정되어 수상의 영광을 안게되었다.
박군이 각종 발명품 전시대회에 본격적으로 출품을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1년부터였다.
지난해까지 전국 우수발명품전시회 동상·장려상 2개와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12회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82년 수상작품으로 「사다리용 손수레」를 박군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고위층에서 특별히 사줄 만큼 관심의 대상이 됐다. 알루미늄을 소재로 과수원에서도 쓸 수 있고 접으면 집에서 벽 사다리와 짐수레용으로도 쓸 수 있게 고안되어 있다. 이밖에 외국의 운동용 부머랭 유사제품으로 던져 날려보내면 소리를 내는 비행접시, 모양이 다양한 조경용 블록도 박군의 작품이다.
아버지 박문갑씨가 중학교 수학교사인 박군은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에 남달랐고 수학·과학이 우수했다. 특히 발명에 관한 서적은 빼놓지 않고 읽었다. 아버지와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의 의견도 일치했고 본인도 발명에 관심이 커 공고를 택했다는 것이다.
『어른들과 겨루어 일반 발명품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세계대회에서 금상을 타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박군의 포부.
시상식에 아버지와 함께 상경한 박군은 과학관과 발명품 전시장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착상하기에 바쁜 듯 했다. 박군의 성적은 상위, 공과대학 기계과에 진학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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