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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참사… 국내 최악 공연장 사고] 또 악재 … MBC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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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일 경북 상주시 MBC '가요콘서트' 녹화장에서 11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벌어지자 방송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내뱉은 말이다. MBC의 한 중견 예능 PD는 "어이없는 사고에 할 말이 없다"며 "연이은 악재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말했다. 회사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MBC는 올 들어 방송 사고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려 왔다. 타 방송사라고 해서 조용했던 건 아니지만, 유독 MBC에 사건사고가 집중됐다.

1월에는 '명품 핸드백 파문'이 있었다. 기업체 간부에게서 향응과 명품 백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도국장과 앵커가 보직 사퇴했다.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도 폐지됐다. 타 언론사를 비판하는 프로그램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MBC는 관련자들을 중징계하고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6월에는 파일럿(시험) 프로그램인 '파워TV'의 '극기지왕' 코너가 편집 조작으로 물의를 빚었다. 1박2일간 촬영한 것을 2박3일간 촬영한 것처럼 방송한 것이다.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었다.

MBC는 또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X파일)와 관련한 보도를 놓고서도 줄곧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한 술 더 떠 7월 30일,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생방송 도중 '성기 노출'이란 초유의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MBC는 또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음악캠프'의 문을 내려야 했다. 방송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중지' 등 방송법에 규정된 제재를 모두 가했다.

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뉴스데스크'는 8월 15일 일본 731부대의 만행을 고발하는 보도를 내보냈지만, 자료 화면은 사실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이른바 '검.경.언' 금품 로비 의혹 사건에 휘말렸다. MBC는 직원 3명을 해고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사과문도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MBC는 노사 합의에 따라 새 윤리강령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어 'X파일' 보도로 잘 알려진 이상호 기자가 보도국 내 보고체계를 밟지 않고 뉴스를 내보내 징계를 받았다. 이 사실은 몇몇 인터넷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3일 발생한 '가요콘서트' 사고는 종전 사례 못지않은 타격을 MBC에 줄 전망이다. 사망사고라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MBC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한 MBC 간부는 "관중 관리의 1차 책임이 방송사에 있는 게 아닌데도, 우리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러나 악재의 늪에 빠져 있는 MBC는 이 사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매번 되풀이되는 사고와 반성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련자에 대한 징계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방송 시스템 전반에 걸친 진단과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제 공은 MBC로 넘어가 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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