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기업, 대규모 평가차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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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시 활황 덕에 자사주를 사들여 갖고 있거나 타법인 지분에 출자한 기업들의 평가차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995년부터 9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한 삼성전자는 이후 주가가 꾸준히 올라 대규모의 자사주 평가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매입한 뒤 주식 배당.소각 등을 하지 않고, 보유한 주식은 ▶보통주 1728만7729주(11.74%)▶우선주 217만9693주(9.55%)에 이른다. 이중 1995~96년에 걸쳐 사들인 보통주로만 1조6000억원, 우선주만으로도 3347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당시 보통주(335만9360주)는 평균 10만8000원에, 우선주(85만8340주)는 6만4000원에 각각 사들였는데 지난달 말 현재 종가와 비교하면 보통주와 우선주는 각각 주당 48만원, 39만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포스코도 보유중인 자사주(620만주)의 평가 차익이 68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이 회사의 자사주 매입 가격은 평균 12만5000원이지만 현재 주가는 평균 매입 가격의 두 배 가량인 23만4000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현대차 역시 올해 자사주 매입분에서만 2900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타법인 출자회사의 지분 평가 이익도 쏠쏠하다.

대우증권의 경우 지난 1월 862억원에 사들인 하이닉스 주식(655만여주)으로 712억원의 평가 차익을 기록 중이다. 하이닉스 주가가 그간 크게 올라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으로 1574억원까지 불어난 덕이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올 초 1180억원을 투자해 사들인 현대중공업 주식(236만주)의 평가가치가 691억원이나 늘어났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7월 현대차 주식150만주를 973억원에 사들여 불과 2개월 만에 217억원의 평가 차익을 거뒀다.

이밖에 동양화재가 메리츠증권 주식 878만여주를 373억원에 매입한 뒤 3개월 만에 172억원의 평가이익을 냈으며, 세종공업도 지난 5월 투자한 현대산업개발 주식 50만주를 통해 69억원의 평가이익을 기록 중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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