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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구 「빈볼」에 얽힌 얘기|미국선 머리맞고 숨진 일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감독퇴장1호의 불상사를 낳게한 빈볼시비로 프로야구계가 시끄럽다.
빈볼(beanball)의 본래의 뜻은 고의로 타자머리부분을 겨냥하여 던지는 위험한 볼로서 반칙투구다. 그러나 62년부터는 머리뿐만 아니라 고의로 타자의 허리·발 등을 목표로 던지는 것도 포함되고 있다. 타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시속 1백50㎞의 강속구를 구사하는 투수가 1백42g의 볼을 던질때의 위력은 28㎏의 물체를 1m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충격과 같다. 이같은 볼에 타자가 맞으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빈볼은 살상행위와 다름없는 악의적인 플레이로 엄히 다스려진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빈볼을 던져 퇴장단한 경우는 롯데 김덕렬투수가 처음이다. 작년 9월13일 롯데-삼미의 부산경기에서 롯데 김덕렬투구는 10-7로 뒤지던 9회초 2사후에 삼미 1번 조흥운과의 볼카운트 0-3에서 제4구를 던진 것이 빈볼이 되어 김옥경주심으로부터 퇴장명령을 받은 것이다.
또 작년 7월21일 인천에서 벌어진 삼미-해태전 7회초 2사후에 삼미 인호봉투수가 던진 볼이 사구가 되자 해태타자 김봉연은 『고의로 사구를 던졌다』며 배트를 든채 마운드로 달려나갔고 이에 놀란 인호봉투수는 2루심쪽으로 도망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미국프로야구에서는 빈볼에 의해 타자가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다. 1920년 8월16일 양키즈-인디언즈의 경기에서 5회초 3-0으로 리드하던 가운데 인디언즈의 「레이·채프먼」이 선두로 타석에 들어섰다.
언더드로의 「칼·메이즈」는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후 강한 볼을 던졌다.
이볼은 바로 「채프먼」의 좌측관자놀이에 맞았고 「채프먼」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채프먼」은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2번이나 수술을 받았으나 다음날 사망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미국프로야구계에 엄청난 쇼크를 주었으며 양키즈의 「메이즈」투수는 경찰당국으로부터 과실치사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메이즈」는 통상 2백4승1백27패의 성적을 남긴 명투수가 되었다.
36년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포수겸 감독인 「미키·카크렌」이 사구를 머리에 맞고 중상을 입은후 다음해 구장에 섰으나 결국 이 후유증으로 은퇴하고 말았다. 그는 그후 정신이상을 일으켜 고향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미국에서는 이같은 사건을 「사구의 비극」으로 부르고 있다.
이같은 사건으로 타자들은 헬밋을 사용하게 됐고 현재에는 야구선수들의 헬밋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 56년 7월 경기에서 빈불은 아니었지만 커브볼을 맞고 숨진 불상사가 있었다. 경기고 투수 이한원의 높은 드롭볼을 타석에 있던 선린상투수 최운식이 엎드리며 피하다 머리에 맞고 말았다. 최선수는 볼을 맞은후 내·외야수로 위치를 바꿔 경기를 끝냈으나 구가후 뇌진탕증세를 일으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걸핏하면 빈볼소동이 벌어진다.
특히 미국출신의 외국인 강타자들에 대해 일본인 투수들이 주요한 고비에서 위협정니 투구로 겁을 주는 일이 많아 그라운드에서 멱살을 잡는 해프닝이 벌어지기 일쑤다. 장명부도 이러한 풍토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라 국내야구인들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술수를 벌인다』고 장을 보고 있다.
그러나 과연 빈볼(고의적인 위협구)이냐 하는 것은 가리기 힘들다는데 문제가 있다. 누수와 포수만이 아는 일이기 때문이다.
타자의 머리쪽을 향해 총알같이 날아오는 어미없는 볼을 포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미리 예측하여 가볍게 잡아낼 때 이미 투수와 포수간에 사인이 있었다고 판단할수 있을 뿐이다. <조이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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