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서독지가 내다본 한·중공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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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경 로이터=연합】한국과 중공은 한국에 불시착한 중공여객기의 공중 납치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직접교섭을 가졌으나 이것이 양국의 외교적 해빙으로 발전할 것 같지는 않다고 11일 북경외교관측통들이 말했다.
중공은 북경과 모스크바 사이에서 교묘하게 균형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어 만일 중공이 한국 쪽으로 조금이라도 기울어진다면 이는 평양 측의 친소경사만을 유도할 뿐이라고 이 외교관들은 덧붙였다.
현재 북한에 대한 북경의 영향력은 모스크바의 그것을 능가하고 있기 때문에 중공으로서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인 북한의 김일성으로 하여금 이같은 현 상황을 역전시킬 구실을 주지 않으려고 굳게 다짐하고 있다고 이 외교관들은 말했다.
북한은 이번 중공여객기사건에 관해 굳게 입을 다물어왔다. 북경의 외교관들은 앞으로 북경 측은 한국 측과의 공식접촉을 계속하기에 앞서 북한의 반응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중공이 한국을 승인하기를 꺼리고 있지만 한국은 중공승인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기 때문에 중공을 승인할 용의를 갖고있다고 말했다. 중공이 한국을 승인하게되면 한국의 국제적 위신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양국은 최근 몇 년간 특히 중공거주 1백7O만 한인들에게 한국 내 가족친척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서신연락을 허용 해왔다.
한국과 중공은 지난 수년간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접촉을 계속해왔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지(11일자)=필요이상의 공손한 동양적인 예의를 갖고 중공의 공식대표가 한국정부와 협상을 벌였다. 객관적으로는 이번 기회를 내심 환영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중공 민간항공기가 한국으로 납치됐다고 해서 중공민간항공사의 최고책임자가 반드시 파한 돼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30명 이상의 대표가 한국에 입국했다.
꽤 미묘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합의된 협상도 분위기가 화려했던 것처럼 보인다 .수십년 동안 중공의 한국정부 비승인 태도를 잔뜩 믿어왔던 북한으로서는 이번 걸과가 미심쩍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물론 북한은 지난 여러 달 동안 중공과 한국사이에 핑퐁게임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그런 낌새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중공의 항공로가 한국의 항공관제구역을 통과하도록 된 것 등이 그런 예다. 동북아시아에 바람직한 변화에 대한 희망이 엿보이기 시작하고있다.
▲쥐트 도이체 차이퉁지(11일자)=중공여객기의 한국착륙은 한국엔 하늘이 내린 선물로 보이는 것 같다. 한국정부는 여러 해 전부터 중공과의 공식접촉을 시도해왔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우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공은 북한을 의식하여 제3국을 통한 한국과의 간접무역마저 제한했던 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공이 이제 피랍항공기의 송환교섭을 한국과 직접 벌임으로써 그들로서도 이번 기회가 그리 성가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공도 납치범들의 인도를 끝까지 고집하지 않았고 협상을 비공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생각도 확고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양쪽 대표의 합의각서가 공식국가명칭과 직함을 사용한 것이 이런 사실을 말해준다. <본=김동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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