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동화작가 마르쿠스 피스터·황선미씨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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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스위스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45)가 지난달 28일 처음 한국을 찾았다. '무지개 물고기'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인 '길 잃은 무지개 물고기'(시공주니어) 출간에 맞춰서다.(신간은 유럽.미국에 앞서 한국.일본에서 먼저 나왔다. '무지개 물고기'는 요즘 아시아권에서 더 인기란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42) 작가가 피스터와 만나 얘기꽃을 피웠다. 19 ~ 23일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도 만나자고 약속할 정도로 친해졌다.

#동물이 좋아=이들은 '동물'에서 금세 공통점을 찾았다. 피스터는 1986년 데뷔작 '잠꾸러기 부엉이' 이후 작품 40여 편을 모두 동물 얘기로 꾸몄다. 황씨 역시 대표작 '마당을 …'을 비롯, '과수원을 점령하라' '푸른 개 장발' 등에서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주인공을 금발머리 백인이나 곱슬머리 흑인으로 그려놓으면 아이들은 '얘 나하고 다르네'하면서 감정이입을 못 시켜요. 하지만 동물에는 쉽게 동질감을 느끼죠. '무지개 물고기'를 보면서 반짝이 비늘을 나눠줄까 말까 망설이는 물고기의 갈등을 자기 마음으로 끌어오거든요."(피스터)

황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세계를 그리면 어린이만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동물은 나이가 들어도 주인공이 될 수 있죠. 아이들이 동물 이야기를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하니까 쓸 때도 부담이 적어요."

#우리 가족 얘기=이들은 자신의 가족들을 작품에 녹여낸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2남2녀를 키우고 있는 피스터는 13년 전 서로 욕심을 부리며 싸우는 아이들을 보고 '무지개 물고기'를 구상했다. 친구가 되려고 찾아온 고래를 자신을 해치려는 적으로 오해하는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 고래'도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이 뼈대가 됐다.

두 아들이 있는 황씨도 마찬가지다. '초대받은 아이들'은 친구 생일에 초대받지 못해 쓸쓸해 하는 둘째아들을 보고 지었고, '푸른 개 장발'은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낸 시골집 풍경 그대로다. '나쁜 어린이표'도 큰아들이 학교에서 당한 억울한 일에 착안했다. "엄마로서 정말 속상했고 고민도 많았죠. 선생님께 따져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다 '아들이 문제를 이렇게 풀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봤어요."

#부모가 읽어주세요=TV.인터넷의 영향으로 아이들을 책 앞으로 끌어오기가 점점 어려워진 현실이다. 어린이책 작가로서의 고민도 털어놓았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해요. '무지개 물고기'에서 홀로그램 기법을 사용해 반짝거리는 비늘을 붙여놓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피스터는 동물의 털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기린. 호랑이 시리즈 등도 만들 계획이다.

그들은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려면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에게 책을 골라주고 하루에 10 ~ 20분씩이라도 직접 읽어주세요."(피스터) "'게임은 안돼 ' ' 책을 읽어' 식으로 지시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책을 잡도록 얘기를 많이 해야지요."(황)

글=이지영, 사진=오종택 기자

'무지개 물고기' 피스터는

피스터의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는 교훈적이다. 자신의 반짝이 비늘을 친구에게 나눠주는 '무지개 물고기', 나와 다른 친구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날 좀 도와줘, 무지개 물고기', 사소한 오해로 생긴 갈등을 풀어가는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 고래', 모험심을 자극하는 '용기를 내, 무지개 물고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길 잃는 무지개 물고기' 등은 1992년 첫 출간 이후 세계적으로 2500만 부가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100만 부 넘게 팔렸다. '펭귄 피트'(전 3권)와 '마쯔와 신기한 돌' '마쯔와 신비한 섬'의 한국판도 나와있다. 수묵화 기법으로 만든 '펭귄 피트'시리즈는 어른이 되고 싶은 꼬마 펭귄이 친구를 사귀며 우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또 가정을 꾸려 어른이 되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그렸다.

'마당을 나온 …' 황선미씨는

황선미씨는 1997년 '내 푸른 자전거'를 선보인 이후 단박에 인기작가로 떠올랐다.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은 각각 40만부 이상 팔렸으며, 일본.중국.대만.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출간됐다. 수차례 연극으로 선보인 '마당을 …'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다. 그의 강점은 어린이 심리의 섬세한 묘사다. 복종을 강요하는 교사나 차별을 일삼는 친구, 또 이중잣대를 들이미는 엄마 앞에서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비판의식과 갈등이 생동감 넘친다.('일기 감추는 날' '초대받은 아이들' '막다른 골목집 친구' 등). 마무리를 억지스러운 감동으로 채우거나 유치하게 미화하지 않는 것도 그의 매력이다. '마당을…'이나 신간 '푸른 개 장발'처럼 우리네 인생살이를 동물에 빗댄 철학적 성장동화도 또 다른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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