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새품종 개발러시|농진청,품종개량·재배기술 연구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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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농업의 과학화 노력이 열매를 맺고 있다. 과학기술에 의한 새품종개발과 영농기술개선 등이 녹색혁명의 바람을 몰아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농업의 본산은 역시 농촌진흥청이다. 현재 맛이 좋고 많은 양의 쌀을 생산하는 벼, 병에 강한 콩, 절반의 노동력으로 2배이상의 수확을 얻을 수있는 과수, 저장하는 동안 썩지않는 고구마 등 새로운 품종개량과 재배법, 기술개선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미 세계최초로 재래종의 2배를 생산하는 유채를 개량해 종자를 증식하고 있으며 약(약=꽃가루)배양법이라는 일종의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벼의 품종개량기간을 단축시켜 식량자급의 꿈을 밝게 해주고 있다. 이밖에도 조기모내기에 지장을 주지않는 5월보리, 조직배양법에 의한 병없는 씨감자생산 등이 선보였다.

<약배양 벼>
새로운 벼품종을 만드는 방법은 서로 다른 품종을 교잡시켜서 각품종의 장점을 따는 교잡육종법. 70년대이전의 벼품종육성은 주로 일본형 품종간의 교잡에 의한 것이었다. 그후 인도형 품종을 도입해 교잡육종한 결과 녹색혁명을 가능케한 다수확품종인 통일벼가 72년에 보급됐다. 다수확품종의 10아르(약3백평)당 평균수확량은 일본형인 일반계 품종보다 50∼1백kg이나 많아 쌀생산량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왔었다.
현재 농촌진흥청 벼육종팀의 연구목표는 통일벼의 다수확성과 일반벼의 맛, 그리고 병과 냉해에 갈 견디는 품종을 만들어 제2의 녹색혁명을 이루는 것. 그러나 재래식의 교잡육종법으로는 한가지 형질의 종자를 계통육성해내는데만도 6∼7년이 걸려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데는 생산력과 지역적응성검사 등 모두 15∼16년이나 걸리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약배양법. 교잡1세대벼로부터 이삭패기 10일전의 꽃가루를 채취해 배지가 들어있는 시험관에서 발아시켜 온실에서 키우면 형질을 분화증식하는데 1년밖에 걸리지 않아 품종개량기간을 6년으로 단축시킬수 있다.

<5월보리>
우리나라의 보리재배는 주로 남부지방의 논에서 벼와 이모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리품종개량은 다수확이면서 벼의 다수확을 위한 적기이앙에 지장이 없는 조숙형 품종을 목표로 해왔다.
농촌진흥청팀은 지난 72년부터 조숙형 보리연구에 착수, 수확을 보름정도 앞당겨 5월하순에 수확할수 있는 5월보리를 만들어냈다.
5월보리는 조숙품종인 밀양6호와 잘 쓰러지지않는 하가네무기를 교잡시켜 선발한 것으로 77년부터 생산력과 지역적응성검사를 거쳐 지난해에 농가에 보급됐다. 수량성도 뛰어나 재래종보다 10%정도의 증수가 확인됐다.

<다수확 유채>
유채는 식용유를 짜고 찌꺼기는 사료로 쓰는 특용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1만5천정보에서 재배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토양조건이 콩재배에 적합치않아 유채재배가 점차 늘고 있어 유용작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재래품종 은 에루진산 등 불량기름이 70%나 포함돼 유용한 지방산인 올레인산과 리놀산 등을 많이 포함한 품종과다수확품중의 개발이 개량목표가 되어왔다. 농촌진흥청 특용작물팀은 62년부터 품종개량에 착수, 참깨처럼 유용지방산 함량이 80%이상인 영산유채와 내한유채를 캐나다·서독·스웨덴에 이어 세계4번째로 개량해냈다. 그러나 자가수분작물인 유채는 교잡을 계속하면 수확량이 떨어져 다수확품종의 개량이 과제였다.
특용작물팀은 지난 80년 옥수수와 양파의 품종개량법인 웅성부임계통을 유채개량에 적용하는데 성공, 다수확품종인 단교8호를 만들어냈다. 단교8호는 수술이 없는 유채를 만들어 재래종인 목포68호와 교배시킨 1대잡종으로 10아르당 2백89㎏의 수확을 올렸던 내한유채의 2배인 5백71㎏을 수확할수있어 선진국에서도 그 기술을 탐내는 세계적인 품종이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6백정보에서 재배할수 있는 단교8호의 종자를 증식하고 있다.

<병없는 감자>
농촌진흥청 원예시험장은 올해부터 조직배양법으로 병없는 씨감자를 보급한다.
감자는 특히 바이러스에 약해 증시률이 떨어져 그동안은 대관령 등지에서 감염률이 적은 종자를 골라 보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감자의 눈에서 갓나온 생장점은 바이러스에 감염이 안돼 이것을 때내어 배지에서 키우면 병이 없는 씨감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조직배양으로 키운 씨감자는 75%의 증수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감자꽃으로부터 직접 얻은 씨앗을 키워 씨감자를 얻는 연구도 할 계획이다. <이덕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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