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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범 국내 재판은 당 연|국제법으로 본 피랍 중공여객기 송환협상|유병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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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5일 중공여객기가 납치범에 의해 1백5명의 승객을 태운 채 한국에 불시착했고 이어서 중공의 협상대표단이 서울에 도착하여 한국대표단과 직접교섭을 한 결과 승객과 여객기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다만 납치범의 처리에 대하여서는 인도를 요구하는 중공의 입장과 국내재판을 주장하는 한국의 입장이 대립했다.
납치범 처리 관계 법원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70년「항공기 불법납치 억제를 위한 헤이그협약」과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국내법으로 74년에 제정된「항공기운항안전 법」이 가장 중요하다. 70년 헤이그협약 전문은 항공기 불법납치가 민간항공안전의 신뢰를 해치고 인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음을 강조한 다음 제2조에서는 이런 범죄를 엄벌하도록 규정했다.
중공여객기 납치범의 경우 확실치는 않으나, 지금까지 나타난 것을 기초로 한다면 자유를 추구하는 수단으로 여객기를 납치한 것 같다. 따라서 그 동기에 있어서 매우 동정이 가며 일반여론도 그런 분위기로 보인다. 그러나 동기가 아무리 정당하여도 그 수단이 불법이면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아무리 자유를 추구한다 하여도 수많은 무죄한 민간인의 생명을 희생시킬 각오 하에서 추구한다면 무서운 범죄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납치범들을 동정이상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여객기납치의 거의 전부가 『식민지상태에서 독립하기 위하여』『정치적 탄압을 벗어나기 위하여』『자유를 추구하기 위하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므로 이른바「정치범」을 제외한다면 항공기납치범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아서 7O년 헤이그협약은 아무 의미도 없게 된다. 이런 뜻에서 헤이그협약 8조는 납치범의 인도를 원칙으로 하고 제7조에서는 인도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어떤 예외도 없이』범죄인을 억류하는 국가에서 반드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공여객기 납치범들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며, 처벌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재량이 한국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개발도상국가의 처리가 모호하여, 76년 국제민간항공기구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78년 본에서 열린 서방선진국 정상회담에서 서방7개국은 납치범을 인도하지도 처벌하지도 않는 국가와는 민간항공관계를 단절하기로 합의하였다.
서방7개국이 국제항공운송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므로 이런 조치가 중요한 제재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납치범들을 항공기 등록국가에 인도할 것이냐, 억류하고 있는 국가에서 국내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냐는 복잡한 문제일 뿐 아니라 법원 측과 관행이 상당히 다르다.
헤이그협약 4조에 의하면 납치범의 관할권은 항공기등록국가(항공기임차의 경우 임차인의 국가) 와 항공기 착륙국가로 되어 있다. 또한 헤이그협약 8조는 납치범 인도문제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먼저 관계국가들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으면 납치범을 인도대상이 되는 범죄에 포함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치범 등의 이유로 제외하지 말라는 것이다.
관계국들간에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으면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 요구받은 국가의 국내법에서 상호간에 인도조약이 있어야 인도하기로 규정하면 l970년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인도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둘째 요구받은 국가의 국내법에 인도조약을 인도의 조건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인도대상이 되는 범죄로 취급하도록 요구한다.
즉 헤이그협약은 납치범의 인도를 원칙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하여는 납치범 을 인도하는 경우 가혹하게 처벌할 위험이 있어서 인도주의 입장에서 인도하지 않고 착륙국가의 국내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보통이다.
단지 자유를 찾아 망명하는 수단으로 여객기를 납치한 사건은 드물며 폴란드에서 인접국인 서독으로 넘어온 예들이 있다. 미국에서 쿠바로 망명하려고 납치한 예도 몇 번 있으나 성격이 좀 다르다고 할 것이다. 서독은 인도주의입장에서 납치범들을 폴란드에 인도하지 않고 국내법에 따라 처벌하였다. 한국과 중공간에는 범죄인인도조약이 없을 뿐 아니라 한국에는 범죄인 인도에 관한 국내법조차 없다.
그러므로 헤이그협약 8조를 적용하기 어려우며 결국 인도주의입장에서 처리하는 관행을 본받아 한국 법에 따라 처리함이 타당 할 것이다.
국내법원으로는 1970년 헤이그협약의 시행을 위한 1974년 항공기운항안전 법이 있다. 항공기운항안전 법 8조 및 9조에 의하면 납치범은 무기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납치범죄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은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기에 처한다. 다만 「자유를 찾기 위하여」 라는 동기가 정상참작이 될 것이다.
일단 처벌을 받아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제3국으로 망명을 희망하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선례는 없지만 인도주의에 입각한 망명관계 국제법에 따라 처리하면 될 것이며 망명이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도 항공기 납치를 유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중공·일본의 민간항공노선이 곧 한국의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하게 된다면 이런 것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관계국가들로부터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비난과 제재를 방을 위험이 있다. <고려대 법대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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