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일 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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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까소네」일본수상은 자신을 수상자리에 밀어 올려 준「다나까」파의 요구를 묵살하고 중·참의원 동시선거 회피결의를 표명함으로써 일본 정계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나까소네」수상의 이같은 결단의 배경에는 록히드 사건으로 지탄받는「다나까」파의 시녀라는 인상을 씻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그보다 현시점에서 중의원을 해산, 동시선거를 치르는 경우 자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자신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자민당의 패배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은 지난 4월 10일 실시된 후꾸오까 및 홋까이도 지사선거의 혁신 계 승리다.
이 두 지역에서 자민당이 지원한 보수 계가 패배한 것은 후꾸오까의 경우 16년, 홋까이도의 경우 24년만의 일로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자민당 현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 때문이라고 일본정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특히 후꾸오까에서는 보수개인「가메이」전지사의 호화공관신축 등 정치윤리가 선거 전의 쟁점이 됐던 만큼 록히드 사건이라는 정치윤리문제를 안고 있는 자민당「다나까」파와「다나까」파의 등에 업힌「나까소네」정권으로서는 이곳의 패배가 아픈 일격이었다.
후꾸오까에선 지금 지사로 당선된「오꾸다」씨(62)측근에 대한 선거법위반 검거선풍이 불고 있어 귀추가 주목을 끈다.
선거직후「오꾸다」씨의 지지세력인『청결한 현민본위의 현정을 실현하는 회』(약해서 현민 회)의 간부 등 6명이 돈으로 표를 샀다는 혐의로 체포된 데 이어 28일에는「오꾸다」지사의 부인「미후끼」(58)가 선거법위반혐의로 구속됐다가 5일만에 풀려났다.
경찰조사에 따르면「미유끼」부인은 선거 전이 치열하던 3월 하순부터 선거구내의 정토진종본원사파 사찰 수십 군데를 순방하며「불전」이라고 쓴 돈 봉투와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는 선전문을 뿌렸다.
보시형식을 빈 돈 봉투에는 3천∼5천엔 씩이 들어 있었으며 이렇게 뿌려진 돈은 현민회 간부들이 돌린 것을 포함, 3백만 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유끼」부인은 자신의 행위가 절에 시주를 한 것뿐이며 선거운동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민회의 선거선전문과「오꾸다」를 추천하는 서본원사의 추천서 사본을 동시에 돌린 사실 때문에 꼼짝 못하고 수갑을 차게 됐다는 얘기다.
특히 후꾸오까 현의 검거선풍이 주목을 끄는 것은 이 지역이 보수·혁신세력의 날카로운 대립 접점이 돼 있고 그 영향이 중앙정치무대에 직접 파급되기 때문이다.
현지의 사회당, 총평 등 혁신세력은 벌써『경찰의 혁신세력에 대한 의도적인 탄압』이라고 반발하는가 하면 현 의회 내 자민당에서는『부정선거로 당선된 지사는 물러가라』고 불신임결의안을 낼 기세다.
경찰의 이번「오꾸다」파 검거가 정치적 배경을 깔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일본정계의 어지러운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신성순 동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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