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법으로 도박사이트 협박해 돈 뜯어낸 일당

중앙일보

입력

  불법 도박사이트를 상대로 “돈을 주지 않으면 계좌 정지를 풀어주지 않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13일 공갈 등 혐의로 윤모(27)씨를 구속하고 범행에 동참한 조직폭력배 박모(27)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5개월간 도박사이트 운영계좌를 경찰에 신고해 계좌 거래를 정지시킨 뒤 이를 해지하는 대가로 739만원을 뜯어낸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불법 도박사이트의 약점을 철저히 이용했다. 먼저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입해 배팅 계좌를 확보한 뒤 1만~6만원 정도를 입금했다. 그러곤 곧바로 경찰서에 찾아가 “보이스피싱을 당해 돈을 입금했다”고 신고한 뒤 경찰로부터 발급받은 신고 접수서류를 가지고 은행에 찾아가 “사기를 당했는데 해당 계좌의 거래를 정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로부터 발급받은 서류 덕분에 이 절차는 쉽게 이뤄졌다.

도박사이트 게시판에는 “계좌 거래를 정지시켰으니 풀고 싶으면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남겼다. 이런 방법으로 계좌 1개당 100만~3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돈을 받은 뒤에는 은행에 다시 찾아가 “합의가 잘 됐으니 계좌 정지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사이트 측은 불법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했다.

이들은 일부 은행이 계좌 거래 정지 요청을 거부하면 야구방망이로 쓰레기통을 부수는 등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대규 창원서부경찰서 지능팀장은 “불법 도박사이트 특성상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곳이 많아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창원=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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