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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골퍼' 위어 송곳 아이언샷 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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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03년 마스터즈 챔피언인 마이크 위어가 티샷을 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왼손잡이 소년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왼손으로 골프를 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몸에 맞는 클럽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왼손 지도자도 거의 없었다. 열세 살 소년은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잭 니클로스(65)에게 편지를 썼다.

"골프를 잘하고 싶은데 오른손잡이로 바꾸는 게 나을까요?"

니클로스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왼손이냐, 오른손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편하다고 느끼는 대로 스윙을 해보렴. 일부러 오른손잡이로 바꿀 필요는 없단다."

겨울에는 아이스하키를, 여름에는 골프를 즐기던 소년은 그 말을 믿고 왼손으로 골프를 계속했다. 소년의 이름은 마이크 위어(35.캐나다), 1983년의 일이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위어가 국내 골프팬들 앞에서 멋진 샷을 선보였다. 2003년 마스터즈 챔피언의 명성에 걸맞게 견고한 왼손 아이언 샷이 인상적이었지만 국내 그린에 적응하지 못한 듯 퍼트가 잇따라 홀을 빗나간 것이 아쉬웠다.

위어는 29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71.7047야드)에서 개막한 KPGA투어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 2언더파(버디 4, 보기 2개)를 쳐 공동 8위에 올랐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위어는 첫 번째 홀부터 3퍼트로 보기를 했다. 그러나 파5홀을 파4로 개조한 11번 홀(494야드)에서 버디를 잡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190야드를 남기고 두 번째 샷(6번 아이언)을 가볍게 그린에 올려 홀 50㎝ 거리에 붙였다. 18번 홀(파5.561야드)에서는 두 번째 샷을 페어웨이 왼쪽의 워터 해저드에 빠뜨렸으나 네 번째 샷에 핀을 직접 맞춘 뒤 파세이브를 했다.

테니스는 오른손으로 친다는 위어는 "어수선한 하루였지만 오늘 스코어에 만족한다. 핀 위치가 까다로웠고 코스에 굴곡이 심해 고전했다"고 말했다.

21세의 신예 김상기(투어스테이지)가 5언더파로 선두에 나섰고, 노장 최상호(빠제로)가 4언더파 2위에 올랐다. 2일 끝난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14세 아마추어 노승열(안양 신성중2)은 3언더파를 쳐 공동 3위를 했다.

천안=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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