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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발로 표류 중인 '원격의료', 미국‧일본 현황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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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반발 속에서 강행된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올 3월이면 마무리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료계는 원격의료 ‘원천봉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녹록지만은 않아 보인다. 최근 정부가 들고 나온 ‘규제 기요틴(단두대)’ 과제에 ‘원격의료 허용’에 대한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규제 개혁의 우선적인 대상으로 원격의료가 ‘단두대’에 오른 셈이다.

이처럼 올해 역시 원격의료가 의료계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원격의료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장연구실 의료산업연구센터 김대중 센터장은 ‘주요국의 원격의료 추진 현황과 시사점’을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원격의료 후발국으로 주요 선진국의 정책 추진동향과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미국‧일본의 원격의료 현황을 짚어본다.

미국, 주별로 가이드라인 상이…일부 주는 의료면허 없이도 원격의료

미국의 원격의료는 클린턴 정부 때 초고속 통신망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파생사업의 하나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연방에서 운영하는 메디케어 외에도 각 주별로 메디케이드에서 원격의료 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전체 51개주 중에서 47개주가 운영 중이다.

김대중 센터장은 “연방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각 주별로 원격의료에 대한 규정(가이드라인 또는 법령)이 존재한다”며 “원격의료의 정의, 자격요건, 의료사고 발생시 손해배상 책임여부, 보험 적용 여부, 전자처방전 발급 허용 내용 등이 주별로 모두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원격의료 적용 대상을 살펴보면, 메디케어는 전문의 부족지역이거나 도시통계지역 이외의 지역(인구 5만명 이하)에 위치한 자격을 갖춘 시설에서 제공되는 24개의 특정 서비스로 제한하고 있다.

메디케이드의 경우에도 시골지역 또는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으로 장소를 제한하거나, 이용 시설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김 센터장은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장소나 시설에 대한 제한이 없으나, 오클라호마의 경우 메디케이드에서 보상받기 위해서는 OHCA(메디케이드 관리기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하지만 시골지역,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으로, 개업의 사무소, 병원, 학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의료 현장에 현지의료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분류할 경우, 현지에 의료인이 필요가 없는 경우가 콜로라도 등 26개주와 D.C.(District of Columbia)이고, 현지에 의료인이 참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주는 알라바마를 포함하여 21개주에 달한다.

또한 일부 주는 원격의료와 관련해 별도의 면허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에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에서 발급한 의료면허를 발급받아야 하나, 원격의료 면허를 소지한 경우 뉴멕시코 주에서 면허를 발급받지 않았더라도 원격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다.

보험 적용은 일부에만 국한된다. 김 센터장은 “메디케어는 쌍방향 실시간 통신의 경우에만 허용하며 실시간이 아닌 저장 후 전송 방식은 알래스카와 하와이의 경우에만 인정된다”며 “메디케이드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실시간 화상전화형 원격의료로, 주에 따라 보상하고 있는 서비스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환자 모니터링 서비스에 대해 보험지급을 하고 있는 주는 11개 주가 있으나, 보험지급 대상 질환의 종류를 제한하거나, 장소를 한정하는 방식으로 일부 허용한다.

일본,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의 '보완수단' 일 뿐

일본의 경우는 어떠할까. 1997년 12월 후생성의 통지문에서 원격의료의 기본원칙과 적용 대상 등을 최초로 제시했다. 이후 2011년 일부 내용이 개정돼 현재 일본 원격의료 시행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일본의 원격의료는 의료기관간(의사 대 의사) 원격의료와 의료기관과 환자간(의사 대 환자) 원격의료로 분류하고 있다”며 “의사 대 환자간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실시가능 범위를 매우 명확히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진 또는 급성질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직접 대면진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외딴섬‧격오지의 환자이거나 왕진‧내원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환자측의 요청에 기초해 원격진료를 해도 무방하다. 원격진료의 대상은 재택환자 중 산소주입이 필요한 환자, 난치병,당뇨병, 천식, 고혈압, 아토피성 피부염, 욕창 환자가 해당된다.

또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에서 화상통신 등을 이용한 예방‧건강상담 등은 진료보수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 센터장은 “대면진료가 원칙이고, 원격진료는 보완적인 역할이기 때문에, 진료보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대면 진료와 비교해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증가한다는 과학적인 입증(임상데이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원격의료 후발주자로서 기술‧윤리‧법률적 문제까지 고려해야

반면 우리나라는 2002년 3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원격의료를 제도권에 본격 도입했다. 2013년 12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 계류 중이다.

김 센터장은 “선진국의 원격의료 관련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를 보면, 원격의료를 받은 이후 환자의 만족도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원격의료의 임상적 효용성이나 경제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고부동한 결론이 나있지는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인 평가는 그러하더라도 원격의료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효과적인 분야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고 있다”면서 “특히 정신 및 불안장애 등 심리치료, 일부 질환 홈 모니터링(심장질환, 호흡기질환 등), 만성질환 관리, 건강행태 관련 프로그램(금연, 운동 등)의 경우 그 효과성이 상당히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현행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법상 원격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김 센터장은 “원격의료를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원격의료의 비용효과성과 임상적 유용성 등에 근거하여 원격의료 허용범위와 보험수가를 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격의료 서비스의 임상적‧경제적 효율성 뿐만 아니라 효과성‧접근성 등의 문제와 함께 기술적‧윤리적‧법률적 문제까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

더불어 현행 의료법에서는 원격자문(의료지식이나 기술지원) 이외에 원격진찰이나 원격처방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에만 의약품 조제‧판매를 허용하고 있어 원격지 의료인이 의약품을 원격조제ㆍ판매 및 배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김 센터장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도입될 경우, 이를 허용하고, 환경적 여건상 약국에의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는, 의약품의 원격조제, 판매, 배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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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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