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 대화해야 5·24 해제 접점 찾을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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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분단 고통을 해소하고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도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한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한 셈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이나) 그런 것을 하는 데 있어 전제조건은 없다”면서도 “이런 대화를 통해 문제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어떤 진정성 있는 그런 자세는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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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은 “비핵화 같은 것이 전혀 해결이 안 되는데 이게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이것이 전혀 해결이 안 되는데 평화통일을 얘기할 수는 없다”며 “(핵 문제는) 남북 또는 다자 협의를 통해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조해온 ‘선(先) 비핵화 후(後) 대화’ 입장에서 벗어나 남북 대화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북핵 문제도 ‘남북 또는 다자간 협의’를 통해 진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대화 걸림돌’이라고 주장해온 5·24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박 대통령은 “ 남북교류협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상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유지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24 조치 문제도 남북이 당국자 간에 만나서 서로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눠야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뭔가 조정을 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문제와 주민들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문제를 조율하면서 지혜롭게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도 그렇고 5·24 조치 부분에 대한 얘기도 우선 당국자 간에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며 “북한이 좀 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해 달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모두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통일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평화통일을 위한 확고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부터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에 남북한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함께 통일의 문을 열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설 전후 이산가족 상봉 ▶광복절 70주년 남북 공동 기념행사 개최 ▶민간 차원 지원·협력 확대 등도 북한에 제안했다.

한편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는 트위터에 “미국은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내놓은 제안들을 환영한다”며 “이런 제안들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조치라고 믿는다”고 적었다. 최근 미국의 대북 제재가 남북 간 대화 분위기 조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 지지의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대통령의 신년 연설에 대해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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