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 대통령, 삼성 지배구조 언급 의미와 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영주 청와대 경제정책 수석은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삼성 관련 발언에 대해 "국민 정서, 규범, 기업의 인수합병(M&A) 부담 등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이날 국가에너지자문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언급이 삼성계열 금융사가 가진 계열사 초과 지분을 스스로 해결하라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런 얘기는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수석은 또 '삼성 때리기'라는 취지의 일부 보도에 대해 "대통령이 개별 기업 사안에 대해 자세히 다 보지는 않는다. 경제부장 간담회에서 질문이 나와 원론적인 면에서 대통령이 답변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삼성 때리기라는 것은 일부 언론이 그렇게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27일 중앙 언론사 경제부장 간담회에서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삼성생명과 카드의 금산법과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논란에서 법리적으로만 대응해온 삼성의 태도에 문제가 있지만 정부 위신도 세우고 삼성도 M&A를 피할 수 있는 타협적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는 취지다.

◆ 금산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이 논란=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가열되고 있는 금산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논란에서 비롯됐다.

최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일부 여야 의원은 금산법과 금융지주회사법과 관련해 "정부가 삼성을 일방적으로 봐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금융 당국이 회계 기준을 바꿔 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원가법 평가를 허용해줌으로써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규제받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했다"고 지적한다. 또 금산법 개정안에 당초 예정에 없던 부칙을 끼워넣어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삼성전자 지분 초과 보유를 정당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사자인 삼성과 재계, 재경부와 금감위 등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중립적인 기관인 회계연구원에서 변경한 회계 기준을 삼성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법 개정 이전에 이뤄진 지분 취득을 소급해 문제 삼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초과 보유하게 된 것도 1998년 계열 분리 과정에서 불가피성이 인정돼 공정위의 승인까지 받은 일이라는 설명이다.

◆ 대타협 촉구=노 대통령은 "사회 정의라는 관점에서 흑백을 분명히 하고, 합법.불법의 승부를 분명히 갈라야 한다라는 사고 방식과 융통성 있게 회색의 결론을 내 모두에게 큰 손실이 없이 타협선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서로 모순되고 충돌되는 수많은 것을 조화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정부와 정치권, 재계와 시민단체가 제각기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이로울 게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논란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삼성의 기업 활동도 지장을 받고 있는 만큼 국민과 정치권, 재계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양측에 대해 양보와 이해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은 삼성에 대해 "법률의 소급효과 이론을 가지고 '법 시행 이전의 취득이니까 (문제가 없다)'면서 법리적 논쟁을 계속 해온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소버린의 SK 경영권 위협 등 외국 단기 자본의 국내 기업에 대한 위협을 계기로 국민 여론이 비등하고 있고, 정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삼성에 대해 나쁜 인식으로 보면 (외국인들이) 이런 약점을 잘 알고 밀어붙일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금산법 개정 추진=열린우리당은 28일 쟁점이 되고 있는 금산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영식 원내대변인은 "국민적 요청과 정서, 법의 형평성, 기업의 현실적 여건과 부담 등을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유예기간을 설정해 기업이 그 기간 동안 경영상 문제를 고려해 가며 합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훈.나현철 기자

*** 바로잡습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본지 9월 29일자 5면의 '삼성그룹과 금산법 문제' 그래픽 내용(5% 넘으면 매각)과 관련,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7.2%)과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25.6%) 중 5%를 초과해 보유 중인 지분에 대해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매각토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밝혀왔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