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병리현상으로 봐야〃|보험금 노린 아내의 남편 독살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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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신 병리적인 반사회적 성격에 의한 무동기 살인이 아니라는 점이 판명되어 일단 한숨이 놓인다. 살인은 「카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므로 아무리 건전한 사회라 하더라도 근절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근래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으므로 이 시대가 과연 어떤 시대이며, 우리사회에 혹 어떠한 병리가 있어 이런 결과를 유발한 것이나 아닌지 반성해 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 여인 주변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 비록 자기 아이라 할지라도 살인의 방조에 끌어들인 것은 평소 아이를 소유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 아이는 국교4학년생인데도 부모 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였다. 별다른 재산이 없는 가계인데도 아무런 변제 가능성없이 4천5백만원이나 되는 부채를 지고 있었다. 김 여인 부부는 의사의 수혈을 1차 거부할 정도의 완강한 신앙계율을 가진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고 하는데 자기와 남의 인명을 돈 얼마와 바꾸려고 하였다.
숨은 동기는 보험금이었는데, 이를 호도하기 위하여 이웃병실의 보호자를 연습의 제물로 삼으려 하였고,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병원을 사회적 희생물로 만들고자 하였으며, 우리 사회 전부를 불안의 구렁텅이로 내몰려고 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소유만을 의한 생존양식, 물질주의, 인간성의 상실을 엿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적인 삶을 위한 경제적 여건을 갖추고자 몸부림쳐 오다가 어느 사이엔가 본질을 잃고 껍질만 가지게 되었고 그 병리가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자녀교육열이 과열된 한 모퉁이에 자녀교육이 방치된 채로 놓여 있고 경제발전의 팽만현장 한 가운데 생계유지 자체가 막연한 가계에 대한 기초적인 사회정책상의 배려제도가 전혀 없이 방치되었다. 종교의 세력은 왕성해져 가는데 참 신앙의 자세는 날로 왜소해져 갔다.
우리 사회는 능력과 행운 있는 사람에게는 활기 있는 시장이나, 능력 또는 재산이 없거나 운이 없는 사람들은 소외되고 삶의 터전자체를 잃게 되었다. 그들은 점차 사회의 가치체계에 대하여 극도로 냉담하고 좌절을 극복할 능력 없이 무책임하게 되었다. 경우에 따라 남을 저주하기까지에 이를지 모론다. 철저한 생존경쟁체제에서 이기적이고 약삭빠르지 못하면 처지고 종내에는 살아 남기가 어려워진다. 교육까지도, 종교까지도 이기적 동기가 전면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사회문제를 더욱 성숙된 각도로 보아야 한다. 가게하나 꾸려가면서 생존을 위하여 몸부림치는 서민가계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을 생각하여야 하며, 소외계층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검토하여야한다. 교육의 기본방향을 다시 성찰하여야 하며, 공민의식을 세심하게 키워야 할 것이다. 집총거부·수혈거부 등 사회가치체계와 상충하는 종교적 양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으로 대하여야 그들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저항의식을 가지지 않고 더욱 커다란 가치의 사회체제로 흡수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차제에 우리는 사건의 충격 속에 늪 속에 빠졌다가도 단1주일만 지나면 또 다른 사건의 충격에 휘말려들어 영원히 충격의 악순환을 거듭할 뿐 사태해결책을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는 고질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최근의 대구 디스코클럽참사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잘 짜여진 행정조직을 가지고있어 건물에 대한 정기적인 소방점검을 하여온 것으로 정리되어 왔는데도 그러한 참사가 벌어졌다.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자꾸 터지는데도 원인분석과 대책은 잠시 말뿐 지속적으로 이를 추진해가지 못하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 된다.
이번 김 여인 독살사건 같은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적 동기이므로 본질적으로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적 사건 속에서 우리는 사회구조에 혹 어떠한 병리가 있는 것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고 그 개선을 위한 지혜를 짜내어야 할 것이다.
다만, 아무리 사회적인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범죄는 궁극적으로 인격적 책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모순에 범죄의 탓을 돌릴 수는 없으며, 인격적 책임이 경시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우리가 근래 겪어오고 있는 연속적인 사회적 충격, 이를 통해서 갖게되는 공연한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하여는 사건을 통하여 항상 더 깊은 곳에 잠재하여 있을지도 모르는 원인들을 깊이 생각하고 사회제도의 개선책을 한 두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의 지혜로 풀어보도록 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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