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10마리 - 북 16마리 동물 14일 맞교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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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중앙동물원이 서울대공원에 보낼 동물들. 위로부터 스라소니, 아프리카포니, 토종 반달가슴곰.

하숙이(7살)와 덤벙이(21살)는 처녀.총각 하마다. 서울대공원에서 동거해온 이들은 앞으로 평양중앙동물원에서 새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북한에 없는'하마'종을 퍼뜨리기 위해서다. 하마 외에 붉은캥거루.왈라루(이상 캥거루과), 과나코.라마(이상 낙타과) 등 총 5종 10마리 암수 동물도 함께 북한으로 떠난다.

북에서도 귀한 동물들이 온다. 반달가슴곰 8마리를 비롯해 스라소니.승냥이.족제비.아프리카포니 등 5종 16마리 암수 동물이다.

서울대공원과 평양중앙동물원이 14일 야생동물 교환식을 한다. 서로 부족한 동물을 주고받아 증식시키고 근친번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남북한이 공식적으로 동물을 맞교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마 등 5종은 서울대공원에서 가장 번식을 잘하는 동물로 꼽혀 북행길에 올랐다. 대신 국내에는 러시아산이 아닌 토종 반달가슴곰이 들어오게 됐다. 승냥이는 남한에서 멸종됐고, 아프리카포니는 국내에서 볼 수 없었다.

14일 오후 개성공업지구 입구 100만 평 지대에서 이뤄질 인수인계식은 육로를 통하기 때문에 꼬박 3일이 걸린다. 검역과 유전자검사를 마친 이들은 12일 오후부터 상자에 들어가 심리적 안정을 취한 후 14일 교환돼 군사분계선을 지나 자유의 다리를 넘어 도라산역 '망향의 동산'에 도착한다. 북한에서 온 토종 야생동물은 19일부터 서울대공원 '평양중앙동물원 특별전시관'에서 전시돼 일반에 공개된다. 특히 반달가슴곰은 서울대공원이 환경부에 기증해 모두 지리산에서 자라게 된다.

서울대공원 이원효 소장은 "현재 서울대공원에 있는 349종의 동물 중 45종이 멸종 위기에 있다"며 "생태계 보호를 위해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를 통해 서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교환하는데 우리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한.일본.대만에서 기증받는 게 번식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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