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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히틀러」의 일기가 지금 스위스의 한 은행금고에 보관중이다. 서독 주간지 슈테론이 6백만마르크 (약20억원) 나 들여 2년여를추적한 끌에 찾아낸 원고.
어느새 영국의 더 타임즈와 선데이 타임즈지는 3백80만마르크(약12억6천만원)를 주고 독점개재권을 확보했다.
어디까지 정말인지 모를 얘기다.나치독일 패망 직전 「히틀러」가 중요한 기록문서들을 오스트리아로 날개시키려다 실패한 것이 원고 발견의 실마리다. 문제의 비행기가동독의 한 마굿간에 떨어져 건초 더미 속에서 이 원고롤 발견했다고 한다.
일기는 1932년부터 시작되었다.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로 끝난 마지막 일기의 날짜는l945년4월16일.그가 자살하기 보름전이다.
나치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침공, 합병한 해가 1938년. 그이듬해 3월엔 체코와 병합,8월엔 소련과 불가침조약을 맺고 폴란드롤 침략했다.2차세계대전의 시작이다. 「히틀러」 시대의 절정을 이룬 때다.
타이프라이터도 아니고 잉크를 묻혀가며 또박또박 적은 친필. 「히틀러」에게 언제 그런 인간적이고 정정적인 여유가 있었는지모르겠다t
합 시대 유럽을 휩쓴 절세의 권력자였지만, 그의 내면엔 역시고독과 위로받을 여백이 있었던 모양인가.
하긴 「히틀러」는 평소에 금방 웃다가도 금방 화를 내고, 다음에는 울고,어느 결에 꿈을 꾸듯넋을 놓곤 하는 정서부안자였다.그의 나이 18세가 되던 해엔 빈의 한 미술학교에 응시했으나 성적불량으로 낙방한 일도 있었다.그때 집을 나서며 『성공하기 전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시골 청년」 의 순박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말 그는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가 남겨 놓은 목채화빈의 거리풍경을 그린 유화, 건축설계도 등은 미술학도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는다.
「히틀러」의 내면세계는 여성 편력에서도 나타난다. 일생을 통해사랑한 오로지 한 여성은 20세연하의 질녀「게리·라우발」.그녀가 자살하고 난 뒤의 정부 「에바」 역시 20세 이상의 연하.「히틀러」 는 질투심이 대단해서그녀들이 평소 누구와 담소만 해도 눈을 부릅 떳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이름 없는 하급관리 집안에서 태어나 이방 독일을 장악하고 8천만 게르만 민족을 열광시킨 그의 정치술은 비범의 정도를 넘어도 훨씬 넘는다.
수백만 유대인의 학살연출자이며 6천만명의 목숨을 앗은 2차세계대전의 촉발자. 그 어느하나도 20세 연하의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인간의 보습은 아니다.
바로 그가 절망의 순간까지 일기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은 차라리 코미디 같은 생각이 든다. 그의 전기를 보면 1943년부터는 원손과 오른 발을 제대로 못쓰는 불구의 몸이었다. 일종의 약물 중독증이라고도 한다.
정말 그가 일기를 썼다면 『나도 인간』 이라는 증거를 후세에 남기려는 또 하나의 연출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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