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의제외 발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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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대국회 후미에 들어 여야모두가 강대의 태세에 대해 조금씩은 막연한 불안감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19일 국회본회의에서 의제외 발언을 둘러싼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사회를 보던 채문식국회의장이 야당의윈의 질문을 『의제외 발언』 이라고 지적,질문을 제지하고 마이크를 꺼버린것이다.
민한당질문자로 나온 박완규의원이 『시중에 최근 3대불가사의가 퍼지고있는뎨 그하나는 개혜설이요,다른 하나는 삼보증권사건이며 나머지 하나가 이른바 「대도」 사건』이라고 말한 대목이 문제가 된 것이다. 채의장은 특히 개혜설을 「의제외 발언」으로 규정, 주의를 주었고 박의원이 발언을 계속하자 마이크를 꺼버렸다.그러자 야당의석에서 야유와 고함이 터졌고 채의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이에 반발한 민한당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우르르 퇴장하는 소동을 빚기에 이르렀다.11대국회에서 처음있는본회의 발언중단과 퇴장의 이해프닝은 당사자인 채의장이『의사진행미숙』이었다고 한발 물러나 40여분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그렇지만 이 조그만 촌초은 많은 사람에게 의정을 이끌어 나가는 국회의장의 기본자세와 이른바「의제외 발언」이란 뭔가하는 새삼스런문제를 생각해보게하는 계기가 된것 같다.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라기 보다는 국민여론을 명암의 위치에서 반씩 나누어 대변하고있는 여야의원의 의사수용자로서 존재하고·있다는점을 보다 차원높게 인식해야 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다.그러자면 늘 문제가 되는 「의제외 발언」 애 대해서도 의장은 보다 신축성 있는 태도와 협의보다는 광의의 시야를 갖는게 바람직할 것같다.
발언내용을 축자적으로 따져 당제외 또는 의제내라고규정하긴 어려울것이다.그보다는 전채 문맥을 따저 판단하는게 옳을것같다. 과거 늘 발언중단을 당한것이 야당쪽이었다는 사실이 의장의 정치적편파성을 입증하는 것이 되지않기 위해서라도 의장의 이런자세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국회는 토론장이요,국민의대변자인 의원들에게는 여론개진의 폭이 보다 폭넓게 부여되어야 하기 매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이 클수밖에 없는 개혜설에 대해서도 그러한 오해를 풀기위해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지 너무 알레르기적 반응을 하는듯한 인상을 주는건 바람직하지 못한것 같다.
다만 저질러진 상황에 비하면수습이 재빨랐다는 점에서 이번 해프닝에 여당쪽의 고의적 의지가 담겨있지는 않았다는 인상이다.모 국힉의장으로서의 체면을 굳이 고집하지않고 선선이「의사진행미숙」을 시인한 채의장의 「현명한 회전」도 과거에 볼수없던 유연한 자세였다.

<유 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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