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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油化 공장 가동중단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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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산.광양항의 컨테이너 물류 마비가 장기화되면서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9일부터 13일 오전까지 집계한 결과 부산항에서 모두 8천2백1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가 선적되지 못해 수출 차질액이 2억28만달러에 달한다.

무역협회는 부산.광양항이 모두 마비될 경우 전체 수출 차질액은 하루 1억8천2백61만달러(7천753TEU)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피해 눈덩이=부산항의 경우 13일 현재 장치율(야적 상황)이 81%에 달했다. 지난 10일에는 69.4%였다. 광양항도 지난 10일 38%에서 13일에는 40.4%로 높아졌다.

무역협회 동북아물류실 백재선 차장은 "부산항의 평상시 장치율은 53% 수준인데 지금은 일부 부두의 경우 1백%를 넘어섰다"면서 "이런 상황이 2~3일 가량 계속되면 부산항은 마비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항구가 컨테이너로 꽉 차 하역이 불가능한 상황이 온다는 얘기다.

업종별로는 전자(백색가전).석유화학.경공업 등의 피해가 크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전자업체들은 제품 수출뿐 아니라 자재 수입이 끊기면서 일부 회사는 2~3일 내로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12일까지 수출 예정이던 80TEU 기준 4백여개 컨테이너 중 30여개만 선적했다. 광주사업장의 경우 2백68대의 컨테이너가 쌓여 있고 수원과 구미사업장도 예정된 운송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하루 평균 선적 규모가 창원은 컨테이너 3백~4백개, 구미 1백~1백50개, 평택 20개지만 이중 70~80%를 작업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SK㈜.삼성종합화학 등 화학업체도 하루 4백억원 가량 되던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금산공장 진출입로가 막힌 상태며, 금호타이어는 지난 10일부터 컨테이너 작업이 중단됐다.

◆부산항의 위상 추락=이번 물류 대란으로 부산항이 2000년부터 고수해 오던 세계 3위 컨테이너 항만의 지위를 올 상반기 중으로 중국 상하이(上海)항에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날 "당초 올해 말이나 내년께 상하이항이 부산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사태로 추월 시기가 올 상반기로 앞당겨질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항은 3월 말 기준으로 2백49만7천TEU의 화물을 처리한 데 비해 상하이항은 2백43만TEU를 처리, 부산항을 거의 따라잡았다.

한편 관세청은 선적 의무 기간을 수출 신고 수리 후 30일 이내에서 수출 업체의 최종 선적이 가능한 기간까지로 자동 연장하고 수입업체 보유 차량에 의한 보세운송을 전면 허용하는 등의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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