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허탈한 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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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열심히 준비한 대부분의 교사가 안하겠다고 거부한 일부 교사를 쫓아가야 하나요. "

정인진(鄭仁鎭.48)서울 성동여자실업고 교사는 13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방학기간에도 꼬박 학교에 출근해 NEIS 준비를 위해 애썼다.

NEIS가 도입되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나 교사도 편리하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비단 鄭교사뿐만이 아니다.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에 보관된 각종 자료를 NEIS로 옮겨 운영했던 학교 교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이런 수고는 국가인권위원회가 12일 NEIS의 시정을 권고하는 바람에 말짱 헛일이 될 위기에 처했다.

반면 NEIS 운영을 거부한 소수의 학교는 득의양양한 모습이다. 이들은 '빅 브러더'를 거론하며 NEIS를 반대해온 전교조의 요구를 따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학교에서는 허탈감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가 컸다. 서울의 한 정보담당 교사는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한 내가 바보"라고 말했다.

물론 인권위는 이날 NEIS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니 개선하라고 결정했다. 교육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왜 교사들은 이처럼 낙담할까.

서울 D고의 한 교사는 기자에게 교육부 등의 NEIS 시행 관련 공문철을 보여줬다. 'NEIS 조기 정착' 'CS 자료 이관'등 재촉 공문 일색이었다.

그는 "교육공무원이 상급기관의 지침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게다가 윤덕홍(尹德弘)교육부총리는 여러 차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전교조에 약속했다.

NEIS 대란은 교육당국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강홍준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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