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외무생 직원 극비전무 소에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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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신성순특파원】미국에 망명한 전소련 KGB소령「례프첸코」에 협력한 일본인중 가장주목을 끌고있는 일외무생 직원(암호명「나자르」)은 체코슬로바키아에 근무한 일이 있는 사무관으로 체코슬로바키아 근무당시 KGB에 금전으로 매수돼, 귀국 후에도 외무성에 들어오는 해외공관으로부터의 전문을 많을 때는 한꺼번에 수백장씩 복사, KGB 동경주재부에 전달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의 암호를 해독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15일 일본의 시사통신은 오는 5월 미국에서 발행될 예정인「존·바론」저『오늘의 KGB-보이지 않는 손』의 원문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나자르」는 외무성 전신센터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일본외무성에 들어오는 미국·서독·프랑스·영국등 서방측 주요국의 국비정보가 통째로 모스크바에 전달된 것으로 보여 일외무성 KGB사건은 앞으로 국제적으로도 큰 파문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관계기사3면>
또 이같은 그의 첩보활동 내용으로 보아·한일간 관계자료는 물론, 한·미·일 삼각관계를 축으로 하는 극동지역의 서방전략, 또는 외교관계도 모스크바에 적나라하게 통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시사통신이 보도한 일외무성 직원에 관계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련KGB의 통신담당인 제1총국 제16부는 동경외무성의「나자르」가 동구의 모국가(아마도 체코슬로바키아)에 부임한 후 그에 접근, 금전으로 유혹해서 에이전트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나자르」가 동경에 돌아온 후에는「와렐리·우만스키」소령과「와렌친·배로프」소령이「나자르」를 조종했으며 KGB본부는 이 루트를 매우 중시, 두 소령을 다른 일에서 해방시켜 이 일에만 전념토록 했다.
「나자르」가 서류를 전할 때에는 담당관과 우연히 집에서 지나치다 스친척 하든가, 비밀장소에 서류를 갖다놓도록 했다.
KGB동경주재부는「나자르」로부터 서류를 전달받을 때에는 모든 활동을 정지하고 요원들을 동원, 접촉장소나 서류를 놓아둔 곳을 눈에 안보이게 포위, 감시했다.
이 경우 동원된 담당관 이외의 KGB요원들은 이 일이 극히 중요하다는 외에는 일체 내용을 알지 못했으며 알리지도 않았다.
통신 중에는 모스크바의 일본인의 움직임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어 이것도 모스크바에 상세히 전해졌다. 「나자르」는 일본어원문과 암호 양쪽을 모두 KGB에 전달했는데 암호가 바뀌더라도 암호를 만드는 일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KGB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나자르」가 제공한 기밀서류는 너무 양이 많아 통역담당자가 미처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레프첸코」도 이번 역일을 도와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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