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한미안보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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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30년째 되는 해 다. 그동안 북한은 계속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대남 도발의 기회를 노려왔고, 1·21사태, 75년 베트남 패망 때는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악화된 일도 있다.
그 때마다 우리가 전쟁재발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한미안보협력체제에 힙 입은 바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미 두 나라의 안보협력은 지난 30년 간 줄곧 만족할만한 상태를 유지하여 왔다. 한미안보협력체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의 하나가 두 나라간의 긴밀한 협의임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요즘처럼 소련이 동북아시아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여 북한의 호전적인 자세를 뒷받침해 주고있는 사정 아래서는 상시협의를 통한 한반도 주변군사정세의 검토는 한층 중요한 일이다.
이런 중요성에 대한 미국 측의 인식 때문에 오늘 (13일) 부터 사흘동안 열리는 1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로는 그 장소를 워싱턴으로 잡을 수 있었고 우리가 회의결과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큰것이다.
미국은 국내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안보협의회의를 워싱턴서 멀리 떨어진 하와이나 본토의 서해안에서 열어왔던 게 사실이다. 그렇게 보면 안보협의회의 발족이후 워싱턴회의가 처음이라는 사실 하나만해도 미국의 한국 안보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두 나라 대표들이 나눌 주요의제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한반도주변 군사정세에 관한 전반적인 토론과 함께 우리측이 계속 요구하고 있는 군사차관 (FMS) 의 증액과 조건개선, 우리 방산 제품의 제3국 수출확대, 미군 장비를 한국에서 정비하는 문제들이 토의의 중심이 된다.「레이건」 행정부는 지난 2월 대한 군정차관의 조건을 지금까지의 5년 거치, 7년 상환에서 10년 거치, 20년 상환으로 바꿨다. 그것은 우리가 추진하는 전력강화를 위해서 고무적인 조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누구보다 미국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소련의 극동군사력 증강과 거기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동북아시아의 한반도 주변은 중동 못지 않게 세계의 긴장의 초점이 되고 있고, 그런 사실에 힙임은 북한은 군사태세를 공격형으로 개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태에 대비하는 미국의 전반적인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방위뿐 아니라 소련의 극동함대가 태평양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일본 서쪽과 북쪽의 4개 해협을 봉쇄하고 소련군의 주력이 중간이나 유럽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도 절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안보역할은 이제 분명히 한반도 수준에서 동북아시아라는 지역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미안보협의회의가 미국의 세계 전략 안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중요의제로 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군사차관이나 방산 제품 수출 같은 구체적인 문제에서 미국의 태도는 반드시 한국이 새로이 맡게되는 지역안보의 역할에 걸 맞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소간에 지금 교환되고 있는 핵 논쟁이 말해주듯이 중거리핵미사일 SS20을 앞세운 소련의 극동에서의 위협은 앞으로 완화되기보다는 강화될 전망이 크고, 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소련이 북한의 호전성을 견제하던 자세를 고무하는 자세로 바꾸는 것 같은 징조다.
이런 사태를 배경으로 열리는 이번 워싱턴 안보회의에서 한국군의 전력증강을 위한 종래의 토의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지역안보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감안하여 안보협의회의의 본 회의를 한미간의 공동전략협의체로 만드는 문제가 진지하게 검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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