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통하는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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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햇살이 내리 쬐는 양지에 앉아보면 햇살이 기어가는 듯이 간지럽다.
벌써 봄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멀리서 가까이서 들리니까, 아이들이 먼저 계절을 알고 밖으로만 나가려한다.
세살박이 막내가 골목 어귀 모래더미에서 신발을 놓고 맨발로 신발을 찾아 나서자니까 올해 입학한 큰아이가 따라 나선다. 아파트 안에 있는 고만고만한 아이들, 많이 나와있다.
큰애가 차례를 기다려 그네를 타는데 이 동네에선 처음 보는 노란머리 아이가 와서 우리아이를 보고 『투게더, 투게더』 하며 같이 나온 할머니를 조른다.
『혜원아, 저애 그네좀 타게 해라』
나비같이 팔짝 내려 오더니, 혜원이는 『우리 엄마가 투게더 먹으면 감기 온대-.』
그야말로 동문서답인 아이들의 말이었지만, 둘은 금세 친해져서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며, 말은 한마디도 통하지 않겠지만, 웃음으로도 그들은 모든 말을 하며 다 알아듣는것 같았다.
아이들의 천진함을 보며 우리 어른도 웃음하나로, 순수함을 전할 수 있는 마지막의 그 무엇 하나는 남겨두어야 할 것이라는 마음이 든다.
저 콘크리트 숲의 한 모서리 놀이터의 모래밭에 서로 다른 언어로 재잘거리며 노는 미국 소녀와 우리 아이의 둘레를 도는 것을 인류애라고 부르는 것일까?
저녁 밥상머리에서 열심히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딸아이는 내일 2시에 놀이터에서 또 그 아이를 만나기로 했단다. 어떻게 그 약속이 이루진 것인지 내일 그 놀이터에서 두아이가 만나게되면 그것은 가장 순수한 이심전심이 아닐까? <서울강동구성내동284의9> 박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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