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스팸메일 너무 심하다 외국인 친구들 놀려 차단장치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쓰레기(스팸) 메일이 없는 '클린 사이버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27일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벤처타운 사무실에서 만난 심동호(35) 누리비젼 사장. 그는 "스팸메일은 사이버 세상의 최대 골칫덩어리"라고 말했다.

심 사장은 1998년 미국 뉴욕시립대(CUNY)를 다닐 때 '뉴욕유학생협회'를 설립하고 온라인커뮤니티 '헤이코리안(www.heykorean.com)'을 운영하면서 스팸메일 차단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어 스팸 메일을 삭제하면서 빈정대는 얘기를 듣고 차단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 대학 박사과정(컴퓨터공학과)에 다니던 심 사장은 2000년 스팸메일 차단제품 '마음 메일'을 개발했다. 그는 마음 메일을 '자동인증' 방식으로 한국.미국 등에 특허를 신청했다. 자동인증 방식은 수신자에게 처음 오는 메일을 발신자에게 되돌려 보내 인증을 받는 원리다. 그는 "발송자의 인증이 떨어져야 원래 메일이 수신자에게 전달된다"며 "결국 답변을 못 보내는 스팸 메일은 자동으로 막힌다"고 설명했다. 기존 제품은 수신자가 스팸 목록을 일일이 입력해서 해당 메일을 막는 필터링 방식이다.

심 사장은 2003년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해 누리비젼을 설립했다. 중기청 등 상당수 정부기관은 마음 메일을 '공공기관 우선 구매 대상 제품'으로 선정했으며, 대우증권.전국은행연합회.서일대.성신양회 등 80여곳에 이 제품이 보급돼 있다.

누리비젼은 최근 휴대전화와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심 사장은 "지난달 LG텔레콤에 제품을 공급한 데 이어 SK텔레콤.KTF에도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일본 오사카 시청 등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누리비젼은 서비스 첫 해인 지난해 1억여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매출 목표는 15억원이다.

이원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