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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한·러 수교 15년이 의미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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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러시아에 있어 한국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나라다. 양국의 지리적 인접성은 '이웃사촌'이라는 한국 속담도 있듯이 두 나라의 깊은 역사적 관계와 아울러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세기를 지나는 동안 러시아와 한국은 사회 격변, 배고픔의 기억, 유혈전쟁, 나라의 황폐화 등 비슷한 시련을 겪었다. 그리고 그 뒤 말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최근에는 몇십 년 만에 정부주도 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였다. 두 나라는 국내 민주화에 충실을 기함으로써 국제관계에서도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한국을 동북아뿐만 아니라 그외 지역의 평화 및 안보의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한 한국은 외교정책 무대에서 영향력 있고 독자적인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모든 나라가 동등함을 기초로 하는 다극적 세계질서 확립, 유엔의 중심 역할 인정, 내정 불간섭 원칙, 테러와의 전쟁,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과 같은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한 공동 입장 또는 유사한 견해는 양국의 협력에 좋은 밑거름이 된다.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 동북아 지역은 특히 중요하다. 러시아와 중국.일본, 그리고 남북한의 국경이 이 지역에 접해 있다. 반세기 이상 계속된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로 야기된 국제평화와 안전 위협은 핵문제로 심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남북한 간의 협력을 지지하고 핵문제 타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건설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 러시아는 제4차 6자회담의 성공을 진정으로 환영하고 앞으로 보다 큰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또한 러시아는 이번 6자회담이 향후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보, 협력 구도 정착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음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30일로 양국 수교 15주년이 된다. 지난 15년 동안 양국 관계는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두 나라가 협력하지 않고 있는 분야는 사실상 없다. 육지와 바다에서의 양국 협력은 이제 우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04년 정부 간 협정을 통해 2007년도에 러시아의 협조로 최초의 한국인 우주비행사가 배출될 전망이다.

양국의 교역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의 양국 교역량이 8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이는 한국의 다른 나라들과의 교역량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는 특히 에너지.석유화학.자동차 산업 분야에서의 공동투자가 양국의 무역량을 증대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한국시장에 단지 원료를 공급하는 나라로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일례로 현재 한국 민간 헬기의 3분의 1 이상이 러시아제다. 과학연구, 실험건설공사, 한국 내 러시아 라이선스로 첨단기술제품을 제조하는 사안 등 여러 공동협정도 진행 중에 있다.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분야에도 양국의 협력 가능성은 매우 크다. '유럽-한반도' 철도사업도 그중 하나다. 이 철도는 유라시아 경제 무대 통합구조의 중추적인 운.수송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동북아 공동전력공급시스템과 파이프라인 사업을 포함하여 TKR(한반도 종단철도)-TSR(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계사업에도 참여한다면 이는 향후 남북한이 호혜적이고 좋은 이웃으로 관계 발전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고 더 나아가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2004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러 때 러시아와 한국의 공동선언문에서 지적된 양국의 상호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는 착실히 그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올 11월에 있을 양국 정상회담도 이 과정에서 중요한 회담이 될 것이며 양국은 더욱 확대되고 신뢰하는 동반자로서 착실한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글레브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