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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미 국립기상연구센터 "구름·비를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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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먹구름만이 하늘에 떠돌뿐 비가 내리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농민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 그럴 때 사람이 구름을 만들어 하늘에 띄워놓고 인공비를 내리게 한다면 어떨까. 오랫동안 기상과학자들은 이 과제를 둘러싸고 연구를 거듭해 이제 거의 매듭단계에 들어섰다. 인조구름은 농민뿐 아니라 도시인들도 겨울철 에너지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국가전체로 보면 막대한 예산을 절감하게된다.
즉 밤하늘에 담요를 깔아놓듯 인조구름을 만들어 지열이 대기권으로 달아나는 것을 막을수 있다는 것이 인조구름에 의한 에너지 절약의 이론이다.
미국의 국립기상연구센터(NCAR)는 이미 이의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 놓고 있다.
연구소의「앤드루·데트윌러」박사는 비행기를 이용해「질산은 옥소결정체」를 청명한 포화상태의 공기에 뿌려 인공구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때 질단은 옥소는 권운을 형성하는 얼음입자의 핵이 되어 마치 비행운을 연상케 하는 구름덩이가 수시간 유지된다고「데트윌러」박사는 설명했다.

<식물성장을 촉진>
인조구름을 야간에 만들어 띄울 경우는 실험결과 섭씨3도 가량 대기온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낮에 질산은 옥소를 구름에 뿌려주면 태양열의 흡수량이 늘어나 일조량이 많아지면서 식물체는 10일정도 성숙이 빨라진다는 것. 따라서 에너지위기뿐만 아니라 세계식량수급에도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 틀림없다고 그는 강조하고 있다.
기상연구센터의 인조구름은 아직 가설에 불과하지만 몇가지 테스트만 거치면 실용성이 충분하다고 한다.
「클라우드시딩」(인조구름)의 발상지는 원래 소련인데 미국이 이를 더 연구개발해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상연구센터는 연간 약3백10억원의 예산을 활용, 각종 프로젝트를 실시하고있는 반관반민의 연구기관이다. 전문기상학과가 설치된 50여개 대학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 운영은 국립과학재단이 맡고있다.
콜로라도주 덴버시 근교의 볼더에 있는 NCAR는 해발 1백83m에 위치한 1.7평방㎞의 광대한 대지 위에 각종 최신기기를 갖추고 있다. 「메사」연구소로 불리는 이 건물에는 현재까지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크레이-i」슈퍼컴퓨터가 연구소와 각 대학의 실험실을 연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NCAR는 세계각국의 기상학자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산하의 항공조사국(RAF)은 콜로라도 브룸필드에 기지를 두고 5대의 항공기를 이용, 대기 및 기상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실제 관측에 필요한 레이다 등 기기들은 모두 인근 마셜시에 두고 있다.
여름철에는 환류폭풍우를 관측하기 위해 임시관측소를 각 지역에 설치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와이에는 태양관측소, 뉴질랜드에는 관측용기구 발진기지를 설치, 운용하고 있다.
현재 NCAR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세계식량사정과 관련, 인공강우 등 과학기술의 개발과 장기예보능력을 배가하는 것이라고 공보관「조앤 프리시」여사는 말한다.

<장기예보도 연구>
식량증산을 위해서는 영농의 과학화가 필요한데 생산량 제고를 위해 과다한 질산비료를 사용하다보면 유해한 자외선으로부터 지구의 생명체를 보호해 주는 오존층을 잠식해 결국 현명한 해결책은 못된다는 것이 이곳 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 기상과학자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인공구름이다. 콜로라도 등 남서부지역은 가뭄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인데 대부분의 농업용수와 식수는 콜로라로강 물줄기에서 끌어쓰고 있다.
이곳의 강물은 고산지대에 쌓였던 눈이 녹아내려 형성되고 있는데 인공구름을 산위에 뿌려 더 많은 눈을 내리게 한다는 것.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인조구름으로 10%이상의 강설량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농작물에 대한 우박피해를 극소화하려면 인공구름의 씨를 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하고있다.
질산은 옥소 등 작은 입자를 공중에 뿌려 우박을 비로 만드는 것이 그 아이디어. 연평균 1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농작물 피해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농작물뿐만 아니라 안개 제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데 예로서 짙은 안개에 싸인 비행장에 구름의 씨를 심어주면 즉각 안개제거 효과를 기할 수 있다. 시애틀 등 몇몇 큰 공항은 이미 이 방법을 쓰고있다
그러나 기상을 개조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고「프리시」여사는 말한다. 대기의 흐름, 뇌우 등의 변화가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어 기상학자들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기상개조」는「불확실한 기술」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연 10억불 피해 예방>
NCAR는 항공우주국(NASA)과 해양대기국(NOAA)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각종 예보를 하고 있다. 이곳에 설치된 크레이-1 컴퓨터는 초당 8천만건의 자료를 처리할 수 있어 기상예보뿐만 아니라 태양과 위성관측 등에도 이용되고있다
대부분의 기상학자들은 1주일 이후의 예보는 거의 불가능하며 장기예보는 60%의 정확도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기상변화에 민감한 농민들이나 농작물 중개업자 등은 예보이외에 전래의 기상예측방법도 함께 쓰고있다.
NCAR에는「보름이 언제인가」라는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 대부분의 추위는 보름과 그믐사이에 온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이용해 성공을 거둔 농부도 많았다고 한다
또 말총이 유난히 길게 자란 해는 강추위가 오고, 다람쥐가 둥지를 높게 지으면 폭설이 내린다는 구전이 있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
NCAR가 추진중인 계획은 폭풍우 등의 조기경보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연평균 7백억원을 투입해 기자재의 도입, 조사활동, 인적자원의 확보 등을 통해 폭풍우나 태풍의 정확한 사전예보를 할 계획이다
양극지방을 선회하는 위성을 통해 기상예보를 하는 방안은 벌써 실용화되었으며 특히 농작물에 치명적인 서리를 사전 예보해 큰 도움을 주고있다.
또 최근에는 기상위성에 원격탐지기를 부착시켜 폭풍우 등의 조기예보를 하고있다. 미국은 기상예보를 국방과학에 포함시켜 NASA등의 우주공학자료까지 활용하는 등 큰 비중을 두고있다.【볼더(미 콜로라도주)=이영섭특파원】
기상인공조절을 위해서는 ▲기상현상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적 연구 ▲인공조절방법에 대한 실험실연구 ▲대기에서의 실현 및 기술축적 등 단계적인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이론연구만 하더라도 지역적·계절적 기상현상에 대한 유형분석과 강우메커니즘 등 방대한 기초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 대기중에서의 실험에 들어가면 실험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실험을 해야하므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첫 단계인 이론연구 중 기초적인 기상현상의 메커니즘연구가 부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정도다. 기상조절에 대한 관심부족 탓으로 연구인력과 실험설비가 절대 부족해 실험단계까지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연세대 이승만박사가 강우매커니즘을, 항공대 김보희박사가 서울근교 안개의 응결핵 연구를 했을 뿐 이론적인 운물리학단계에 머물러있다
60년대에 양인기박사(현 부산대교수)가 구름에 옥화은을 뿌려 인공강우실험을 한차례 한적이 있으나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결실을 보지 못했다
기상조절을 위해서는 정확한 기상예보가 선행되어야 할 문제. 컴퓨터를 이용해 하루나 이틀후의 기상을 분석, 예보하는 컴퓨터에 의한 수치예보 등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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