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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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누가 만우절의 유래를 가르쳐 주었다. 창세기 제50장 27절을 보라. 아차, 창세기 50장은 26절밖에 없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은 만우절의 유래를 춘분에서 찾고 있다. 이 무렵 유럽의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비가 흩뿌리는가 하면 어느새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다. 사람들은 깜짝할 사이에 바보가 되기 쉽다.
차라리 모든 사람들, 점잔을 빼는 신사까지도 바보가 되는 것을 양해하는 날을 하루 정해 놓은 것 같다. 참, 한가한 사람들의 얘기다.
1년 3백65일 중 하루, 잠자는 시간(8시간)을 제의한 5천8백40시간 가운데 오로지 16시간.
산술적으로는 0·27%의 거짓말밖에 허용되지 않는 생활. 그러니까 99·73%의 진실을 지키며 사는 생활이란 말인가.
그러나「진실」의 경우는 순도가 문제일 수 없다. 아무리 순도가 높다고 해도, 그것이 1백%의 진실이 아닌한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진실이라는 포장 속에 거짓을 담은
「진실같은 거짓」은「순 진짜」거짓보다도 나쁘다. 그렇다고 「거것말 같은 진짜」가 많은 사회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로버트·L·리플레이」라는 미국의 한 저술가가 쓴『믿거나 말거나』라는 책은 「거것말 같은 진짜」들만을 모아놓았다. 그러나 하나같이 괴기하고, 몰상식한 일들뿐이다.
자리가 잡힌 사회일수록 거짓과 진실은 흑과 백처럼 분명하다. 진짜 같은 거짓이나, 거짓 같은 진짜의 간교와 무리가 없다.
「니체」같은 철인은 정직한 생활의 미덕을『인문적인, 너무도 인문적인』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이런 역설로 설명한 적이 있었다.『일상 중에 사람들이 대체로 정직한 말을 하는 것은 하느님이 그것을 금했기 때문이 아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편이 속 편한 것이다.』
거짓말의 함정이 얼마나 깊은가는 남이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것만으로는 잴 수 없다. 자기도 남을 믿을 수 없는 올가미에 스스로 묶이고 마는 것이다.
그 결과는 독선과 아집과 억지다.
영국의 풍자시인 「J·스위프트」는 한가지 거짓말을 보호하려면20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생활이 마음 편할 리 없다.
4월 초하루, 만우절이 되면 우리나라 소방서들이 공연히 고역을 치른다. 거짓화재신고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은 주로 아이들. 이쯤되면 평소 가정교육이 문제다.
글쎄, 너나 없이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차라리 4월 초하루는「진실을 말하는 날」쯤이 되어도 무방할 것 같다. 모두가 이날만은「순 진짜」진실만을 말하고 실천한다면 세상은 한결 밝고 청결해질 것이다.
만우절을 위한 그럴듯한 거짓말을 아무리 궁리해도 그 이상의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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