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세상이 궁금해 하루도 안 돼 눈 떴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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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너만의 안전지대에서 나오는 순간 네 삶이 시작되는 거야.

-미국 작가 닐 도널드 월쉬

4개월(17주) 때 촬영한 새해둥이 콩빈이의 초음파 사진(맨 아래). 콩빈이는 이상하게 초음파 사진을 찍을 때마다 얼굴을 돌려 얼굴을 찍기 쉽지 않았다. [촬영협조 강남차병원]

“응애~응애~. ”

2015년 1월 1일 자정 무렵 서울 역삼동 강남차병원 분만실. 새해둥이 콩빈이(여·사진)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콩빈이는 완전식품인 콩처럼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지은 태명이다. 어느 부모나 자식은 귀하기 마련. 하지만 콩빈이 아빠 이정우(40)·엄마 김민경(39)씨에겐 더욱 소중하다. 2012년 결혼 후 세 번의 유산 끝에 낳은 아기이기 때문이다. 유산할 때마다 김씨는 자신을 탓했다. 몸을 너무 혹사했나 싶어 첫 유산 후엔 목동에서 운영하던 빵집을 접었다. 그렇게 간절하게 원했건만 지난해 4월 콩빈이 임신 소식을 접했을 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노산에 세 번의 유산 경험 때문이다. 김씨는 “임신 3개월까지 남편에게 짜증을 많이 내다 4개월부터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다행히 콩빈이는 엄마 배 속에서 건강하게 컸고 출산예정일 보다 하루 먼저 세상에 나왔다. 12월 31일 오전 진통을 느낀 김씨가 오후 2시쯤 홀로 병원을 찾았고, 충남 서산에서 일하던 남편 이씨는 아내가 분만실로 들어갔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서울로 향했다. 그러나 해넘이해맞이 차량으로 도로가 꽉 막히는 바람에 평소 2시간이면 올 거리를 4시간 넘게 달려야 했다. 병원에 도착한 건 오후 8시가 넘은 시각. 남편 도착 후 얼마 안 돼 위기가 왔다. 뱃속에서 콩빈이가 태변을 먹는 바람에 심박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빠른 조치로 안정을 찾은 후 분만은 이어졌고,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콩빈이가 태어났다.

콩빈이를 가슴에 안은 김씨는 눈물을 흘렸다. 아이와의 만남이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부산에 있는 친정 부모 생각이 나서다. 두 분 모두 건강이 좋지 않아 결국 서울 병원 나들이를 못하셨다.

“진통 시작할 때부터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애기를 낳아보니 그동안 부모님한테 잘못한 게 생각나 너무 죄송했어요.”

부모 생각 간절하기는 아빠 이씨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 달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그리움이 더 사무쳤다. “아버지가 콩빈이를 보고 떠나셨으면 좋았을 텐데.”

부부는 그저 콩빈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란단다.

“아마 키우다 보면 계속 욕심이 생기겠죠. 그럴 때마다 오늘 이 순간을 떠올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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