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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만 '의사'행세하는 한의사들, 해외 나가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기로 한 정부의 ‘규제 기요틴’ 발표 후 의료계와 한의계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의료계가 강경한 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 역시 한의사제도를 ‘일제의 식민지 역사의 유물’이라고 비판하며 갈등에 가세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왜 우리나라에 한의사제도가 생겼을까’라는 글을 게재했다.

노 전 회장은 “전통의술을 하던 자에게 의사면허를 부여한 나라들은 중국‧대만‧대한민국‧북한 이 4개 나라 뿐”이라며 “전통의학을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생각하는 이들의 과도한 기대와 달리 한의사제도는 식민지 역사의 유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10년 조선을 병합한 일본은 식민지의 의료를 현지에서 해결하도록 정책을 세웠지만 서양식 의료에는 침과 뜸을 이용하는 전통치료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며 “결국 '전통의술'을 하던 이들에게 의생(醫生)이라는 준의사 신분을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방 이후 의생들은 의사신분을 얻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이승만 정부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1951년 한의사법이 통과돼 이원화된 의사면허제도가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61년 6월 10일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한의사제도 삭제 및 한의과대학 폐지가 통과됐으나, 한의사들의 반발로 취소되고 한의학의 한자 표현이 ’한(漢)‘자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의학인 것처럼 ’한(韓)‘자로 바뀌었다는 게 노 전 회장의 설명이다.

노 전 회장은 “한의사들은 국내에서만 '의사'로 행세할 수 있다”면서 “국내를 나가는 순간, 이들은 의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다른 나라의 의사 시험을 볼 수도 없다. 국제적 관점에서는 이들은 아직도 정식의사가 아닌 준의사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토록 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서는 ‘식민통치의 유물을 청산해야 할 상황에서 참으로 충격적인 발표’라고 표현했다.

노 전 회장은 “이원화된 의사면허는 어떤 식으로든 풀어야 할 문제”라며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다. 그 첫걸음은 한의사제도의 기원부터 먼저 알리는 것이기에 이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한의사들 반박 "양의사제도야말로 일본 제국주의가 남긴 유산"

이에 대해 한의사단체인 참의료실천연합회는 5일 성명을 통해 즉각 반발에 나섰다.

참의료실천연합회는 “양의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병탄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근대적 의료 시술은 국가로부터 면허를 인정받은 한의사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며 “이는 광혜원-제중원-대한의원으로 이어져온 한의학의 근대적 발전도상에서 명백히 보이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라고 반박했다.

1900년 첫 제정된 근대적 의료면허제도인 의사규칙에서 말하는 의사란 바로 지금의 한의사를 말한다는 것.

참의료실천연합회는 “지금의 양의사들의 주장들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의학 침탈사를 자랑스레 늘어놓고 있는, 민족사적으로 매우 굴욕적인 상황임을 스스로 인지하여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한의학의 의학적 가치는 이미 세계 유수의 의학 학술지들뿐만 아니라 주요 과학 저널(Nature, Science 등)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바”라며 “한의학을 식민통치의 유물이라 주장하며 폄훼하는 것은, 사실 양의사들의 식민지적 콤플렉스가 그들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양의사제도야말로 일본 제국주의가 남긴 식민지제도의 유산”이라며 “현재 이원화된 면허 제도의 수혜자는 바로 일본 제국주의를 등에 업은 양의사들이었음은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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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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