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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대로 "대견한 성장"이룩했지만 "양"만큼 "질"이 못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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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년에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세가 주저 앉은채 꿈쩍도 하지 않은데다 어음사기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등 곤욕을 치렀으나 GNP성장률은 5.4%를 기록했다.
당초 경제 운용계획에 잡혀있었던 7%의 목표치에 비해선 크게 낮은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흐름을 바꿔놓는 몇가지 사건과 충격조치 또 세계경기 침체를 감안한다면 그런대로 대견한 성장이었다고 한은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81년은 80년의 마이너스성장에서 벗어나 79년 수준으로 되들아 갔지만 작년은 이를 기점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목표치 7%엔 미달>
그러나 성장의 기관차 노릇을 해야할 제조업 부문은 오히려 81년 성장률의 절반 수준에 머무른채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졌으며 주택 및 발전소사업 등 건설업이 작년도 GNP성장률 5.4%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산업설비와 관련된 공장건설등은 80년부터 작년까지 계속 저조했으나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주택건설 촉진과 대단위 농업종합 개발사업 등 토목사업이 활기를 띠어 작년도 건설업은 78년 이후 처음으로 두자리 숫자로 뛰어올라 20..7%의 높은성장율은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에 신축 주택에 대한 대폭적인 양도소득세 인하와 주택자금 확대 등 일련의 주택경기 부양정책이 취해진데 이어 저금리 정책이 실시된 하반기에는 어음 사기사건으로 고삐가 풀린 돈이 부동산 투기로 물린 것도 건설업의 높은 성장을 부채질했다.

<건설업 2o.7%성장>
성장의 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농사는 81에 22%까지 끌어올라간데 이어 작년에는 생산호조로 다시 4.5%나 성장했다.
79년까지 경기를 주도해온 제조업은 81년에 반짝 올라가는가 싶더니 작년에는 3.9%로 꺾어지고 말았다.
과잉시설과 수요부진 및 시설 노후 등으로 가격경쟁에서 밀려나 의류·제재·석유정제업·고무·피혁제품업 등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제조업이 성장을 이끌어가기에는 밑바탕이 여전히 약하다.
이것이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이며 장차 지속성장의 에로점이 될 것이다.
투자쪽을 보아도 그렇다.
고정루자는 11.5%의 높은 신장률을 나타내고 있으나 이중 가계설비는 겨우 1.5%에 지나지 않았다.
성장률이 좀 낮아도 투자률이 높으면 장래의 경기를 낙관할 수 있으나 아직은 그렇지가 못하다.

<일부 제조업은 후퇴>
실업대책으로 취해진 다목적용 건설투자가 하반기에는 설비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 지나친 낙관에 그치고 말았다.
상품수입이 1.4% 증가에 그쳐 경상수지 개선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근본적으로 침체된 시설투자가 기지개를 펴지 않아 증가세가 너무 빈약하다.
대외 거래면에서 총수출(물량기준)은 81년보다 신장세가 크게 문화된 5%에 그쳤는데 이는 용역수출이 해외건설 수입의 호조로 12.5% 늘어난 대신 경공업 제품을 중심으로 한 상품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돈이 많이 풀려 민간소비도 적잖게 늘어날 것으로 보았으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3처산업 자리잡아>
81년보다 오히려 0.2%포인트 낮은 3.6%에 지나지 않았다.
당초에는 20∼22%의 총통화 증가율 속에서도 소비는5.3%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지출 패턴도 달라져 담배·광열비·가구시설비·잡비지출이 크게 줄어든 대신 식료품·보건 미용비 지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작년의 산업구조를 보면 농림업과 광공업의 비중이 약1%정도 낮아진 대신 사회간접자본과 기타 서비스의 비중이 0.5∼1%씩 높아져 3차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계속 바꾸어져 가고있음을 나타내고있다.
작년도 GNP성장률 5.4%는 홍콩의 2.4%, 대만의 3.8%, 일본의 3%보다 훨씬 높으나 성장의 질도 양만큼 고양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싱가포르는 6.3% 성장, 우리나라보다는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초계획과 비교하면 l인당 GNP는 1천8백67달러(정부원안) 대 1천6백78달러(한은잠정치), 농림 어업 성장률은 2.6% 대 4.5%, 광공업 성장률은 6.7% 대 3.7%등이다.<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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