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시즌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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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문화계의 연내 과제중 하나는 연극불황의 타개다.
다른 문화활동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심체를 벗지 못하고 있던 연극계가 작년에 공연법개정을 계기로 활성화의 계기는 마련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활동자체의 발전과 성황은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
비록 오늘의 현실에서 연극 단체 구성파 연극지망생의 증가 추세속에 연극 공연활동은 숫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연극의 빈적저하와 관객의 감소라는 보다 심각한 상황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연극불황의 근본 원인은 우리의 사회·경제적인 혹은 문화의식, 생활습성과 관계되어 있다.
그러나 좀더 초점을 맞추어 문제 자체의 원인을 추궁하면 연극인 자체의 자질에 큰 문제가 있음을 알수 있다.
원작에서부터 각색·연출·연기와 관리 능력 전반에서 뛰어난 재능들이 엄존한다면 우리 연극이라고 해서 유달리 낙후될 리는 없고 사회의 외면을 받을리도 없다.
문제는 연극자체의 질을 높이는 일이며, 연극인 자신의 능력을 제고하는 일이다.
좋은 작품을 좋은 인재들이 정성들여 만들어 놓을 때 그 공연은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의 문제는 미숙하고 설익은 연극인들이 낮은 기량과 낮은 의식에서 엉성한 작품을 만들어서 다만 흥행적으로만 성공을 거두려고 하는 과욕에 있다.
연극은 예술이긴 하지만 또 흥행인만큼 관객을 많이 모아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려고 하는욕심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연극이 질과 품위를 유지하고 연극인이 연극자체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응한 여건조성이 있어야한다.
그것은 연극인이 연극 전문가로서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연습을 통해 스스로 노력해서 연극 예술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브로드웨이 연극은 「산업화한 연극」이지만 그것은 연기·연출·조명·극장 운영 등 연극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인재들이 충분한 수련과 기초를 밟고 연극의 이론과 실지를 전문화한데서 이룬 성공이다.
우리의 경우처럼 급조된 단원들로 단 한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서 극단이라고 행세하는 일은 없다.
상업극의 테두리를 벗어난 동인극단에 있어서조차 실험적이고 학구적인 정신으로 고혈원의 공연을 목표로 하지 않고 오히려 저차원의 공연으로 값싼 인기만을 노리는 현상은 없어져야겠다.
최근에는 지방에서도 적지않은 연극활동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것도 서울의 동인극단들의 경우처럼 대개 아마추어리즘의 경지를 벗어나지 못한 서울연극의 아류 수준에 만족하고 있다.
오프 브로드웨이나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가 브로드웨이를 능가하는 정열과 예술정신으로 연극의 새로운 차원을 실험하고 개척하고있는 경우와도 차이가 있으며 지방 도시연극이 새로운 연극 풍토조성에 자극제가 되고있는 외국의 현실과과 차이가 있다.
이는 물론 연극 육성의 환경 여건때문에 불가피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변변한 공연장도 연습시설도 연극경비도 없는 군 소극단과 지방의 극단들이 겪는 어쩔수없는 곤란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문예진흥원이 첫번째로 마련한 전국지방 연극제는 적지않게 우리 연극계에 자극과 육성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과거에도 물론 대한민국 연극제가 있었지만 그것자체가 내용이 없고 빈약한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 대한민국 연극제는 7회를 맞고 새로 지방연극제가 실시되는 것을 제기로 올해 한국연극은 새로운 활로를 찾는 노력을 해야겠다.
그것은 지역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방연극을 발전시키는 계기로서 지방극단과 동인극단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여건조성에 우리도 사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야겠다는 뜻에서다.
적어도 시와 도단위에선 연극전용 극장시절이 마련되어야할 뿐더러 극단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인사들의 문화지원금 회사가 더 많아져야겠다는 뜻이다.
올해 한국연극 중흥을 달성하기 위한 연극계의 분발과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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