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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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집으로서 내게 크게 감동을 주었던 책은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이다.
내나이 20미만때 친구로부더『님의 침묵』을 빌어 읽고 하도 감동이되어 나는 즉시 책값을 마련하여 서울에 주문하였다.
정확히 며칠만에 책이 우송되었던지 그것은 기억나지 않으나 아마도 한4, 5일후에 도착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우송된 『님의 침묵』을 손에 들고 어찌나 기뻐하였던지 그일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감동적인 시를 밤을 새워가며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읽었을까.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얼마나 감동되어 외던 싯귀들인가.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라거나 독자에게에서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까지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때의 나의 시를 읽는 것은 늦은 봄의 꽃숲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부비서 코에 대이는 것과 같을는지 모르겠읍니다.」
이런 글에서 시의 존재의 가치를 확실시하고 있었다.
지금도 네가 단 한권의 시집으로 서슴없이 권할수있는 고전이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님의 침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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